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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가방 들고 100㎞ 가자는 손님…택시기사 ‘촉’으로 피싱 막았다

입력 | 2022-10-20 10:25:00

지난 5일 오후 경남 사천에서 50대 여성 B 씨가 택시를 탄 뒤 100㎞ 넘게 떨어진 창녕까지 가달라고 했다. 경찰청 유튜브


한 택시 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승객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60대 택시 기사 A 씨는 지난 5일 오후 경남 사천에서 50대 여성 B 씨를 태웠다. B 씨는 100㎞가 넘게 떨어진 창녕까지 가 달라고 했다. 당시 B 씨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A 씨는 심상치 않은 예감에 “어떤 일로 가시냐”고 물었고 B 씨는 “사실 돈을 전해주러 간다. 현금 6000만 원”이라며 “저금리 국가정책자금으로 대환대출을 받아야 한다. 기존 대출을 꼭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A 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B 씨는 한사코 “피싱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택시 기사 A 씨가 피싱 피해를 우려해 B 씨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경찰청 유튜브

B 씨는 사천에서 창녕으로 가는 내내 피싱범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수차례 통화했다. 이에 A 씨는 B 씨를 목적지에 내려준 뒤에도 조심스레 B 씨를 뒤쫓으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 씨가 피싱 전달책인 30대 여성에게 현금 6000만 원을 건네기 직전의 상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이 여성의 휴대전화에서 피싱 윗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발견해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창녕경찰서는 피싱 피해를 막고 피싱범 검거에 도움을 준 A 씨에게 감사장과 신고포상금을 전달했다.

경찰은 “승객이 주변에 내려서 사진을 찍거나 쇼핑백을 건네받을 때는 보이스피싱이라 예상하시고 즉각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