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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기’라 불러야”…장마 끝난 뒤 ‘2차 우기’에 비 더 내려

입력 | 2022-10-20 14:00:00


올해 8월 8일 서울 집중호우 당시 강남역 인근에 차량이 침수된 모습. 동아일보DB




기상청은 2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후위기 시대, 장마 표현 적절한가?’라는 주제로 한국기상학회 특별 분과 행사를 열고 ‘2022 장마백서’를 공개했다.

장마백서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발간됐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6월 중순에 시작해 7월 말이나 8월 초까지 전국에 걸쳐 내리는 장기간의 비를 일컫는다. 백서에 따르면 1990~2020년 한국의 중부·남부·제주 3개 지역 평균 장마 기간은 31.4~32.4일, 실제 강수일수는 17.0~17.7일이었다. 평균적으로 이 기간에 연강수량 1333mm의 절반인 약 655mm가 집중됐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철 전체 강수량 중 42.2%만 장마철에 내렸다. 장마철 이후 강수량이 49.8%로 더 많았다. 강수 범위도 들쭉날쭉했다. 중부에는 8월 초·중순에 걸쳐 기록적 폭우가 내린 반면, 남부에는 기상학적 가뭄이 계속됐다. 여름철 중·남부 지역간 강수량 차이가 458mm로 역대 2위였다. 

1991~2020년 강우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 두 번의 우기가 나타났다. 기상청 제공. 

그런데 이런 경향은 비단 올해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장마백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여름철 강수는 전통적인 장마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6월 초 가뭄-6월 하순~7월 초 강수 증가-7월 하순~8월 초 소강상태-8월 10일경 강수 증가-8월 20일 강수 정점-9월 태풍과 온대 저기압으로 인한 집중 강수’와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즉 6월 중순에서 9월 하순까지 비가 여러 차례 나뉘어 온 것이다. 강수 범위도 특정 지역에 국지성 강우가 집중되는 형태가 자주 나타났다. 

이날 ‘기후 온난화와 우기의 장마 특성’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장마철 강수 지속 기간이 크게 변했고 단속적인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오랫동안 사용해온 용어인 ‘장마’ 표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여름철 강수 유형을 반영하는 장마의 새로운 정의 또는 신규 용어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은철 공주대 교수(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는 “장마가 종료된 후 소나기 및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 발생 과정과 특징이 전통적인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계 일각에서는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강수가 집중되는 구간을 의미하는 우기(雨期)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마백서는 2020~2039년 0~5%, 2040~2059년 5~15%, 2060~2079년 10~20%, 2080~2099년에는 15~25% 강수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상청 제공.  

한편 장마 강수량은 대략 10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 반복해왔으나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온난화로 물 증발량이 늘고 대륙·해양 간 기온차가 커지면서 구름대가 더욱 잘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마백서는 2020~2039년 0~5%, 2040~2059년 5~15%, 2060~2079년 10~20%, 2080~2099년에는 15~25% 강수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봤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여름철 강수 특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적절한 형태의 구분과 표현을 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장마는 온 국민이 수백 년 이상 사용해 온 친숙한 용어인 만큼 간단히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국민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