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AP뉴시스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 내 투자사에 공산당 당대회 기간 전 후로 중국 경제 관련 코멘트를 삼가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주요 경제지표 발표마저 돌연 연기한데 이어 경제전망보고서까지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국 경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규제당국이 자국 투자기관 뿐 아니라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중국 지사에 ‘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 전망을 포함한 민감한 중국 정치 관련 코멘트를 삼가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공신력 있는 경제지표를 내놔야할 중국 당국이 별다른 설명 없이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취소한 것 뿐 아니라 부정적인 경제 전망조차 못하도록 막은 셈이다. 앞서 중국 경제 당국은 지난주 무역 통계 발표 취소에 이어 17일에 예정됐던 3분기 경제성장률 지표 발표를 돌연 연기한다고 밝혔다. 향후 배포 일정조차 안내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투자자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경제 대국이 약속한 경제지표를 발표하지 않는 사례는 극히 드문 일이다.
빅터 쉬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국무원 지도자들이 경제지표가 당 대회의 ‘승리 분위기’를 떨어뜨릴까 봐 두려웠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와 기업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 공개라는 시장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미 월가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동안 중국이 발표하는 경제지표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개 일정은 잘 지켜왔다”며 “중국이 점점 더 시장과 멀어지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진핑 독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중국 투자에서 점점 발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미루고, 경제 보고서에까지 관여하려하는 것은 시진핑 체제가 시장 경제보다 당의 통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지난 25년 동안 중국은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온 관료체제로 운영됐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 대회에서 정치 및 국가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