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를 반영한 집값(‘실질주택가격지수’·이하 ‘실질가격지수’) 하락이 올해 1월부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명목주택가격지수’·이하 ‘명목가격지수’)보다 5개월 빠른 것이다.
하락폭도 실질가격지수가 훨씬 컸는데, 8월 말까지 실질가격지수는 4.36% 하락해 명목주택가격지수(-0.15%)를 30배 가까이 웃돌았다. 이러한 격차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두 가격지수가 상반된 양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일한 지역에서 명목가격지수는 상승세를, 실질가격지수는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두 가격 지수의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집값을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 물가 반영 집값은 1월부터 하락 시작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실질가격지수는 98.1로 지난해 말 대비 4.1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명목주택가격에 물가를 반영한 뒤 지난해 6월 실질가격지수를 100.0으로 수정해서 구한 값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연구석학교수는 이와 관련, “(실질가격지수는) 일반 물가에 비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가, 또는 떨어졌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실질적인 재화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질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102.6)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 접어들면서 반전하기 시작해 1월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즉 1월 102.1로 전월 대비 0.52% 떨어진 뒤 2월에 101.5(전월 대비 하락폭·-0.55%) 3월에 100.8(-0.70%) 4월에 100.1(-0.68%)로 내려 앉은 것이다.
특히 5월에는 99.5(-0.65%)로 지난해 6월보다 실질가격지수가 낮아지기 시작해 6월 98.9(-0.62%), 7월 98.3(-0.55%)으로 계속 떨어졌다.
이런 하락세는 정부가 매월 ‘월간주택가격지수’로 발표하는 명목가격지수보다 빠른 것이다. 명목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상승률·0.96%)에 정점을 찍은 뒤 올해 5월(0.01%)까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 물가 반영 집값, 하락폭 커…전북 등에선 이미 큰 폭 하락
이런 시차로 인해 지난해 말 대비 가격 변동률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질가격지수는 8월말까지 누적하락률이 -4.36%였지만 명목가격지수는 -0.15%에 불과했다. 무려 격차가 29.1배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시차로 나타나는 변동률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곳이 전북으로 8월 말 기준으로 명목가격지수는 2.32% 올랐지만 실질가격지수는 -2.35%로 이미 마이너스 상태였다. 강원의 경우에도 명목가격지수는 1.3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질가격지수는 이미 -3.51% 하락했다. 즉 명목가격지수만 보면 여전히 지난해 말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가격지수로 보면 가격이 이미 상당 수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밖에 경남(명목가격지수·1.29% vs 실질가격지수·-4.29%) 경남(1.29% vs -3.10%) 광주(1.25% vs -3.13%) 충북(0.86% vs -4.06%) 경북(0.82% vs -3.81%) 제주(0.78% vs -4.29%) 전남(0.64% vs -4.10%) 충남(0.09% vs -4.86%) 등도 마찬가지였다.
● 두 가격 지수 격차 줄어들 것
앞으로 이처럼 두 가격이 상승세와 하락세로 엇갈리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경기가 급랭하면서 명목주택가격지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는 모르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최종금리가 3.5% 이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지난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을 단행한 직후 이 총재는 내년 최종금리가 3.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날 발언은 급격한 유가 상승 등 대외변수 발생 시 최종금리가 3.5%를 넘어설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