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 유튜브 캡쳐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리처드 하스 회장은 19일(현지 시간)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에 군축 협상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과 선제 핵 공격을 담은 ‘핵 독트린’을 내놓는 등 핵 위협을 높이자 미국에서도 사실상 비핵화 협상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하스 회장은 이날 ‘새로운 핵 시대’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확장하면서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을 핵무기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는 전혀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남겨 둬야 하지만 한미일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미사일을 축소하는 군축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고수하는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비롯해 핵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핵무기 축소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하스 회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 특보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 보좌관 등을 지냈으며 2013년부터 CFR 회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 참석 당시 하스 회장 등과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하스 회장은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 외에 북한을 비롯한 7개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술 핵무기 출현으로 핵무기 보유 및 사용의 금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가능하게 했다”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 배제는 중국과 다른 나라의 핵무기 보유가 미국을 제한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일본에 대한 미국 억지력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한국 일본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실패하면 두 국가는 핵무기 무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군사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핵 증강에 맞서는 미국 억지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한국과 일본에서 핵무장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