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주카타르 한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했다는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 바크타르통신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의 인사가 카타르 현지 한국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단순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탈레반 정권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프간 국영 바크타르통신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모하마드 나임 주카타르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 대사 대리가 카타르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전날(18일) 한국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아프간을 재장악하면서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탈레반 정권이 한국대사관 행사에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보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외교부는 대사관 측의 단순 실수로, 우리 정부는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경일 행사 준비 과정에서 지난해 초청명단을 기준으로 카타르 주재 다른 나라 대사관들에 일괄로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여기에 주카타르 아프간 대사관도 포함돼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레반 인사가 우리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으나 우리 정부의 탈레반에 대한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며 “아프간 신정부가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며 테러리즘의 피난처를 불허하는 한 함께 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996∼2001년 아프간을 점령 통치한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 재집권에 성공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