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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안나가 잔금 막막”… 강남에 ‘1억 마피’ 등장

입력 | 2022-10-21 03:00:00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지연 속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더샵파크프레스티지(799채)는 입주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어 가지만 입주율이 75%에 그친다. 4채 중 1채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인 셈이다. 입주 지정 기간이 9월 말까지였던 만큼 이들 빈집 주인은 입주 지연 이자를 내야 한다.

이 단지는 2019년 12월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 114 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곳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관리 대상이었기 때문에 분양 당시 모든 평형 분양가가 9억 원 미만이었다. 그런데도 입주 시기에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내야 하지만 전세 매물이 쏟아지며 세입자 구하기도 힘든 상태다.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 지연 이자를 내야 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집을 처분해 잔금을 내려 해도 집이 팔리지 않아 집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고 했다.
○ 떨어지는 입주율…건설·시행사 ‘시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서울 아파트 입주율이 떨어지고,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온다.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통상 90∼95% 선을 나타내지만 최근 70∼80%대까지 떨어지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자 분양권을 분양 가격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등장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 도시형생활주택 전용면적 49m² 분양권 매물은 이달 초 분양가(12억4000만 원) 대비 1억 원 하락한 11억4000만 원에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분양자가 급전이 필요한데 잘 안 팔려 더 싸게 내놓았다”고 했다. 지난달 분양가보다 5000만 원을 내린 분양권 매물이 나와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 65m²는 최근 5000만 원 더 내린 13억7260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입주 지정 기간이 2주 지났지만 입주율이 20%(140채 중 약 30채) 수준에 그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샵반포리버파크 예비 입주자는 최근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시행사에 보냈다.

입주율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행사나 건설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시행사나 건설사는 분양 받은 사람이 내는 잔금으로 사업 대출을 갚고 수익을 낸다. 입주가 지연되면 자금 흐름이 경색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시행사 대표는 “입주가 지연되거나 계약 파기가 일어나면 피해가 막심하다”며 “한 사업장에서 피해가 커지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극심한 거래절벽 속 하락 거래

일반 아파트 매매 시장도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이 하락한 노원구(―4.38%)는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며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족이 몰렸던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는 지난달 20일 5억1000만 원에 거래돼 전 신고가 거래인 지난해 9월 거래(7억 원) 대비 1억9000만 원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이후 중개를 단 한 건도 못 했다”면서 “2억 원 떨어진 급매가 나와도 매수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만 2.32% 하락해 강남권에서 하락폭이 가장 큰 송파구도 수억 원 호가를 내린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되고 있다. 올 8월 전용 84m²가 전 최고가(27억 원) 대비 7억5000만 원 하락 거래돼 이슈가 됐던 잠실엘스는 이달 7일 같은 면적이 다시 19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집을 빨리 팔려고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실로 놔뒀는데도 6개월 동안 팔리지 않고 있다”며 “전용 84m²를 줄곧 26억 원에 내놓았다가 최근 한 번에 호가를 20억 원까지 내리기도 했다”고 했다.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자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 파기를 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마포구 대장 아파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7월 전용 84m²를 18억7000만 원에 계약했다가 지난달 계약금 1억8700만 원을 포기한 사람도 나왔다”며 “집주인이 16억 원대까지 가격을 내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거래가 더욱 얼어붙고 하락세도 심화될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든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라며 “금리 인상이 추가로 예상되는 만큼 매매 시장이나 전세 시장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