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은 1953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친가는 우크라이나, 외가는 리투아니아에서 온 유대인 이민 가정 출신입니다. 버냉키는 2006년 앨런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해 2014년까지 재직했습니다. 특히 2006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 세계 경제를 진두지휘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회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버냉키는 1930년대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과 같은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합니다. 제로금리하에서는 돈이 엄청나게 풀리게 됩니다. 이를 ‘양적완화’라고 하는데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는 것처럼 과감하다고 해서 ‘헬리콥터 벤’이라 불리게 됩니다. 이런 극단적인 경기부양 방법이 현재의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 덕분에 세계 경제가 대공황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버냉키는 2009년 세계를 구한 인물로 미국 타임지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합니다. 마침내 2022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했다”면서 그를 노벨상 수상자로 지명했습니다.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음을 노벨상위원회가 인정한 것입니다.
“어떤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경기 둔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경제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경제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려고 이자를 올리자 기업과 가계의 금융 부담이 커져 부실이 우려됩니다. 그렇다고 이자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생겨 달러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버냉키도 달러 강세로 아시아와 같은 신흥국에서 국제 자본이 빠져나갈 위험을 경고했다고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