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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명 측근 불법자금 의혹, 공정한 수사로 실체 밝혀야

입력 | 2022-10-21 00:00: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같은 당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전날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체포된지 하루 만에 침묵을 깨고 “불법자금은 1원도 본 일도, 쓴 일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9일 경찰에 체포돼 곧 구속영장이 청구된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지난해 4∼8월 사이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 돈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대선 준비자금 20억 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자금을 요청했고, 남 변호사가 현금으로 8억 원가량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8억 원 중 김 부원장에게 실제 전달된 금액은 6억 원 정도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부원장에 대해 이 대표는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유 씨가 대장동 사업의 ‘키맨’으로 언론에 부각되고 자신의 측근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측근이라면 정진상(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도 했다. 김 부원장은 경기도 대변인을 거쳐 지난 대선 선대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명실공히 최측근이라 할 만하다.

그런 그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면 대장동 수사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검찰은 체포영장에서 이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이라고 적시했다. 이 대표도 정치적 법적 책임에 휘말릴 수 있다. 이 대표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고 반발했다. 양쪽 다 명운이 걸린 셈이다.

검찰은 유 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얻은 뒤 일부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어제 자정 구속 기간 만기로 풀려났다.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확대된다면 2003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수사 이후 20년 만이다. 어떠한 정치적 배경도 있어선 안 된다. 오직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를 토대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

검찰은 그제 민주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저지로 불발됐다. 법원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이지만, 국감 기간 야당 당사 압수수색은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업자들에게 천문학적 수익을 안긴 만큼 ‘검은돈’이 오갔을 것이란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다.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검찰 수사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