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이런 집 한 채만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냥 인생 성공.”
너른 마당, 남산타워가 보일 만큼 뻥 뚫린 전망, 바닥부터 천장까지 ‘공예로운’ 집임이 느껴지는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있다 보니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 차는 있어야겠다’ 싶었지만 더한 욕심은 정말이지 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갖고 싶은 것은 집에 머무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공간이 있더라도 이를 누리는 시간을 함께 확보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가졌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선보이는 ‘행복작당’은 잡지에 실린 근사한 집 여러 채를 애독자들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마디마디 가꾸고 보살핀 집에 유명 가구나 조명, 화장품 브랜드가 한 곳씩 들어가 집을 전시장처럼 활용하는 개념. 그만큼 볼 것도 많아지고 공간의 풍경도 근사해진다. 한남동 일대와 양옥을 무대로 한 적도 있었지만 내게 최고는 언제나 북촌 한옥마을이 주인공일 때다. 조선 왕조 때부터 대대로 왕족, 양반, 관료 출신이 거주해 기품이 넘치는 공간들. 몇 번의 손바꿈이 일어났을 테지만 멋과 낭만을 아는 이들이 또 그들만의 감각과 스타일로 완성한 공간은 한 치 두 치 구체적인 기능에서 벗어난, 시적이고 사려 깊은 풍류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은 “인생은 집을 향한 여행”이라고 했다. 사는 동안 계속 중요한 집. 그런 집이 의당 가져야 할 모습과 가치, 더 큰 이해에서의 실질적 쓸모를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알았던 것 같다. 행복작당을 다녀오고 나서 한옥 전셋집을 구했다. 기대가 된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