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솔라노 콜롬비아 출신 소설가
2013년의 어느 날 밤이었다. 한국에 이주한 후 처음으로 내가 서울 사람처럼 느껴진 날이었다. 나는 조계사 대문 밖에 서 있었다. 부처님오신날의 주요 행사인 연등회 행렬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저기 멀리서 승려들이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침내 조계사에 도착한 승려들을 맞이하는 주변 사람들은 감명한 듯한 모습이었다. 엄숙하면서도 평온한 기운이 섞인 기쁨을 얼굴에 담은 승려들을 보며 나 역시도 진심으로 감동했다. 아주 어렸을 때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보고타 시내의 식민지풍 가톨릭 성당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성스러운 감동이었다.
이날 이후로 나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조계사에 방문하리라고 마음먹었다. 해외에서 손님이 오면 무조건 조계사에 데려가겠다고도 생각했다. 콜롬비아에서 한 친구가 방문했던 11월의 어느 날, 이상 기후로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그날 오후, 종로 빌딩들을 비추는 햇빛은 흰 눈송이 덕분에 평소보다 눈부셨다. 그 순간, 조계사에서 들리던 염불 소리는 더욱 선명했고 불상은 환하게 빛이 났다. 전문 사진가인 나의 친구는 그날 조계사 정중앙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촬영하고선 인생 최고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서울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시시때때로 조계사에 갔다. 그리고 종종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제일 첫 번째는 입구에 있는 사신들이 철 동상으로 새로 세워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찰을 구성하고 있는 목재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철 사신들을 지나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동자승을 찾을 수 있다. 부모님들과 함께 방문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놓인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조경과 장식을 바꾸는 것처럼 보였는데 2년 전의 꽃 축제에선 꽃으로 만든 공룡이 전시돼 있었다.
조계사는 그동안 한국의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종교 시설이 그렇듯 과거엔 공권력에 쫓기던 시위대를 보호하기도 했던 무척 신성한 장소였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다.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서울을 찾은 외국인이 최근 몇 년 새 늘어난 만큼 도심 속 유명한 관광스폿 이미지가 강해지는 것도 같다.
가끔 보면, 한국 사람들 일부는 간소함을 부족함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항상 계속해서 뭔가를 덧붙인다. 장식은 더 화려하게, 맛은 더 강하게. 이런저런 것들을 얹어서 최초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경험이 변하는 것도 같다. 이를테면 그 자체로 맛난 피자가 있다. 그런데 모차렐라 치즈 크러스트에 데리야키 소스를 얹고, 단호박 키위 같은 것들을 올린다. 맛은 다양해졌겠지만, 맛의 밸런스는 깨진 게 아닐까.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오히려 이게 바로 한국인의 강점이라고도 할 것이다. 어떤 것이든 더 변화시키고, 추가해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도전정신.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비록 나는 근본주의자는 아니지만, 이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변해갈 때 조금 아쉽다. 내게는 이런 것이 조계사였다.
조계사를 처음 만난 지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세월도 흐르고, 세상도 변했다. 조계사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엄숙한 이미지를 벗고 보다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그 대중 속에는 나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한번 조계사를 찾고 싶다. 또 다른 감동을 느끼길 기대하면서.
안드레스 솔라노 콜롬비아 출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