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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국가에 의한 중대 인권침해”

입력 | 2022-10-21 03:00:00

진실위, 40년만에 국가 사과 권고
부랑아 단속 명목 선감도에 강제수용
강제노역-학대… 아동 5000명 피해
사망 기존 24명 외에 5명 추가 확인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초까지 부랑아 단속 명목으로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유린한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회)가 국가에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사망자는 기존에 밝혀진 24명 외에 5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20일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를 통해) 선감학원 사건은 강제구금과 강제노동, 폭행, 사망 등이 벌어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단속 주체였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에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1982년 선감학원 폐원 후 40년 만에 국가기관에 의해 진실규명이 이뤄진 것이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가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한 아동 수용시설이다. 광복 후에는 경기도가 부랑아를 강제 연행해 격리, 수용하는 곳으로 운영했다. 5000명 이상의 아동이 수용돼 강제노역을 하고 학대를 당했다.

사망한 아동은 암매장되기도 했다. 최근 위원회가 시험 발굴한 희생자 암매장 추정지에선 원생으로 추정되는 15∼18세 남성 5명의 치아 68개가 발견됐다. 위원회는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망자가 최소 140∼15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위원회가 선감국민학교 생활기록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추가로 5명이 사망해 퇴학 처리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이 중 4명은 선감도에서 헤엄쳐 탈출하던 중 익사했으며, 1명은 위장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감학원 원아대장에 탈출로 기록된 824명 가운데 상당수 역시 익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가운데 8명은 선감학원 탈출 이후 형제복지원이나 삼청교육대에 다시 강제 수용되는 등 되풀이해 피해를 겪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위원회는 당시 공무원들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가 부랑아에 대한 구체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아동들을 강제 수용했고, 수용 후 보호자에게 통보도 안 했다며 경기도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과거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사건 피해자분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회견에는 피해자 9명도 참석했는데 “저희들의 한을 풀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오늘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피해자들이 나이가 많아 돌아가시기 전 (지원 등) 빠른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경기도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