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드라시, 내달 6번째 내한공연 “관객들 새롭게 감상할수 있도록 공연 레퍼토리는 당일 현장 공지”
여섯 번째 내한공연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공개할 예정인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는다.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라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바흐 건반음악의 살아 있는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69)가 2008년 첫 내한 이후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던 만남의 아쉬움을 씻어줄 무대다.
다음 달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는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 곡을 중심으로 한 레퍼토리를 프로그램 사전 공지 없이 연주할 예정이다. 시프를 e메일로 미리 인터뷰했다.
“나는 자유와 즉흥의 힘을 믿습니다. 연주 일정은 대체로 2년 전에 결정되는데, 관객이 무엇을 듣게 될지 2년 뒤 일을 미리 말해준다는 것이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일이죠. 예를 들어, 2년 뒤 오늘 저녁식사로 무엇을 택할지 미리 말할 수 있나요? 놀라움도 공연의 한 요소가 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나는 훨씬 큰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관객들은 공연을 한층 새롭게 감상할 수 있고요.”
―매일 한 시간 이상 바흐를 연주하며 아침을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바흐의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영혼과 몸을 깨끗이 만드는 거죠.”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연주를 펼치면서도 슈나벨, 피셔, 코르토, 호프만 등 20세기 초 피아니스트들의 영향을 고백해 왔습니다. 모차르트 시대의 옛 피아노에 깊이 빠지기도 했고요. 과거의 연주 방식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
“옛 피아노 거장들은 위대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온전히 다른 개성을 자랑했죠. 자신만의 개인적인 음색이 있었고 연주하는 소리의 질감이 작품마다 달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피아니스트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들리죠. 서로 다른 점을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소리 자체가 흐릿하고 평범하거나 시(詩)적인 면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치와 예술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만심이나 자기중심주의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늘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