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안 내놨다 금융혼란 불러
사퇴 밝히는 트러스 英총리… 지켜보는 남편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왼쪽)가 20일(현지 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굳은 표정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직후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해 파운드화 급락 등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일으킨 뒤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취임 44일 만에 사임해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됐다. 오른편에서 남편 휴 올리리가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 시간) 사의를 밝혔다. 지난달 6일 취임한 지 44일 만이다. 취임 직후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며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가 결국 물러났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영국 역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총리’로 출발했던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안았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을 지킬 수 없어서 물러난다”며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해결하라는 소명을 가지고 선출됐지만 현 상황에선 총리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보수당은 다음 주 후임 총리 선출을 위한 경선을 연다. 지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에게 패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등이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된다.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이 “즉각 총선 실시”를 요구해 혼란이 예상된다.
트러스, 감세안 실패로 리더십 치명상… 英 사상 최단명 총리 오명
英총리 44일만에 사임
“난 싸우는 사람” 野사임 요구 일축… 측근 내무장관 사임에 결국 백기
전임 존슨도 내각 사퇴에 물러나… 野, 총선 요구… 정계 혼란 가능성
가디언 “보수당 실험은 죽었다”… 보수당 “28일까지 후임선거 가능”
○ 측근 장관들 잇단 사퇴에 못 버틴 듯
BBC에 따르면 브래버먼 장관은 “정부 업무에 잘못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를 것이며 모든 일이 마법처럼 잘되리라고 바라는 것은 진지한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핵심 정책인 대규모 감세 정책을 철회해 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트러스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이 17일 ‘트러스표’ 감세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트러스 총리는 사실상 ‘식물 총리’나 다름없게 됐다. 전임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수칙을 어긴 ‘파티 게이트’ 및 이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사퇴 압력을 받았음에도 버티다가 최측근 리시 수낵 전 장관이 사표를 던진 이후 장관들 사퇴가 이어지자 총리 직을 내놨다.
○ 보수당 “다음 주 경선”에 야당 “총선 요구”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관저 앞에서 총리직 사임성명을 발표한 후 다우닝가 10번가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 44일만의 최단명 총리를 기록했다. 런던=PA-AP/뉴시스
집권 보수당은 이날 “28일까지 후임 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대부분의 보수당 중진 의원들이 수낵 전 재무장관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선 3위였던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이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CNN은 일각에서는 보리스 존슨이 다시 전면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수당보다 지지율이 크게 높은 야당 노동당이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영국 정계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도 크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