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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150엔 돌파, 中위안도 추락… 亞 외환위기 경고등

입력 | 2022-10-21 03:00:00

日 엔화 가치 32년만에 최저
中 위안화도 역대 최저 수준
韓 무역적자 확대 등 타격 우려




뉴스1

아시아 기축 통화로 꼽히는 일본 엔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서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역외 시장 기준 사상 최저로 하락했다.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의 통화 가치가 동반 추락하면서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두 나라와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으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원화 가치 하락, 무역 적자 확대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0.06엔을 기록하며 199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50엔 선을 넘었다. ‘버블(거품)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NHK는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일본과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미국 간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짐 오닐 채텀하우스 의장은 최근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아시아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위안화 환율은 19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2744위안으로 역외 위안화 거래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279위안까지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 추락 여파로 일본의 올 상반기(4∼9월) 무역수지가 11조75억 엔(약 105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다.




엔-위안화 가치 동반추락, 글로벌 펀드 亞이탈 우려


아시아 외환위기 경고등




日경제 체질 약화 환율 방어 어려워
경기둔화 中도 환율 하락 지속 전망, 달러당 160엔-7.30위안 넘을 수도
한국 수출품 가격 경쟁력 약화, 무역적자 확대 등 타격 불가피



중국 위안화(달러당 7위안)에 이어 일본 엔화 환율까지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면서 당분간 일본, 중국 통화의 가치 하락에 제동이 걸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말 대비 30.3%나 하락했고 위안화 가치도 14.5%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 “달러당 160엔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엔화는 한때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세계 최대 규모의 대외 순자산을 등에 업고 대표 안전 자산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1255조 엔(약 1경1968조 원)에 달하는 국가 부채, 무역 적자, 경제 체질 약화에 따른 초저금리 유지 등으로 주요국 가운데 통화 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졌다.

일본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 개입은 시간 벌기에 불과할 뿐 연말까지 160엔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 거품 경제 붕괴 때인 1990년 4월 160엔을 기록했다가 일본은행(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펴면서 147엔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투기에 따른 과도한 변동은 용인할 수 없다. 긴장감을 갖고 동향을 지켜본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엔화 약세로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도 위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함께 적자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 위험이 있다”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에 휩쓸릴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8월 물가상승률은 2.8%로 31년 만에 가장 높았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은 “중국의 경기둔화로 당분간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것이다. 달러당 7.30위안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 아시아 자본 유출로 韓도 휘청일 위험
엔화와 위안화의 동반 추락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양대 경제대국의 통화 가치 급락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펀드 투자금이 아시아에서 이탈해 한국 경제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원화 자산을 팔아 달러화로 바꾼 뒤 자국이나 다른 나라로 빼가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도 있다. 1998년에도 달러당 엔화 환율이 147엔 선까지 올라 아시아 외환위기를 가속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이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 건 이 점을 짚은 것이다.

엔화 약세로 일본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내려가면 기계 자동차 등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중국의 구매력을 떨어뜨릴 경우 화장품 등 한국 제품 소비가 줄 수도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고 원화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며 “한국의 대일·대중 수출이 함께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