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올 하반기 시장에 쏟아질 은행채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가 지난해보다 25조원가량 증가한 데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맞추고 늘어난 기업 대출 수요까지를 소화하려면 은행들이 채권을 다량으로 찍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요국 긴축에 더해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채권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채 공급량까지 늘어나면 금리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출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도 불어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7~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총 108조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2조7466억원) 대비 30.6% 늘어난 규모다.
통상 은행들은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차환’을 통해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한다. 지난해보다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 수요가 커진 셈이다.
차환을 차치하고서라도,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 수요는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55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4000억원 늘었다.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폭 증가했다.
실제 올해 누적 은행채 순발행량은 14조8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6870억원 늘었다. 순발행액이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수치다. 순발행액이 클수록 차환 외에 추가 여유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다량으로 찍었다는 의미가 된다.
은행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은행채 금리도 오른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 만큼, 발행 수요가 클수록 발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인 금리도 올라간다. 공급이 많아질수록 은행들끼리 경쟁이 붙어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은행채 3년물 금리는 연 4.336%로 1개월 전 대비 0.511%포인트(p) 올랐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804%p 상승한 5.224%로 나타났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ABCP에서 생겨난 문제가 점점 채권시장으로 퍼지면서 은행채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기업대출 수요 등으로 은행들이 채권 발행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출 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도 불어날 전망이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등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채 5년물, 신용대출은 6개월물을 준거금리로 삼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01~7.10%로 집계됐다. 고신용자(내부 1등급)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5.59~6.76%로 나타났다. 하단 금리가 각각 0.12%p, 0.25%p 올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