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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1달러=150엔’ 붕괴된 日…“국력 저하로 이어질 위험”

입력 | 2022-10-21 11:25:00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추락하면서 인재·자금 이탈로 인한 “국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이 21일 분석했다.

신문은 전날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과거만큼 엔화 약세로 수출은 늘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높은 자원 가격으로 수입 비용이 부푸는 단점이 눈에 띈다. 지나친 ‘저렴한 일본’은 인재·자본의 일본 이탈을 초래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지난 20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장중 1달러 당 엔화는 150엔에 거래됐다.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1일에도 엔화 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오전 10시14분 기준 150.17~150.19엔에 거래되고 있다.

신문은 “시장에서 지적되는 것은 수입을 위한 실수요에 따른 달러 매수 압력이다”며 “미일 금리차를 계기로 엔을 매도하는 투기세력과 함께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가 진행될 경우, 국내 수출이 늘어나 벌어들인 외화를 엔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엔화 약세의 브레이크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일본 기업들이 제조 거점을 외국으로 옮긴데 따라 수출력이 떨어진 상태다. 반면 자원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보다 늘어나면서 엔화 매도, 달러 매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무역수지에 외국투자 수익을 더한 경상수지(계절조정치)는 지난 7~8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신문이 ‘1달러=150엔’ 환율이 정착될 것을 전제로 ‘NEEDS 일본 경제 모델’로 추산한 결과 현재 배럴 당 80달러 대인 유가가 100달러로 오를 경우 2023~2024년 경상 흑자는 2021년 12조엔 초반에서 1~3조엔이나 감소하게 된다.

유가가 120달러로 오를 경우 경상적자로 전환된다. 경상적자는 일본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로 엔화 약세가 엔화 약세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까지 있다.

통화의 실력은 실질실효환율에서 나타난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교역조건 등을 반영한 환율로, 한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 화폐보다 얼마만큼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낸다. 2010년 값을 100으로 보고 이보다 높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995년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973년 이전 1달러=360엔 시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엔화 실질실효환율 저하가 가져올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식량 수입이다.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 정도에 그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에 달한다. 결국 국외로 소득이 유출되는 셈이다.

외국에서 노동력을 끌어올 수 없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엔화 약세로 베트남 등에서 온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는 정부의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2040년까지 약 500만 명의 외국 인력의 추가 수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엔화 약세로 베트남 등의 인력이 일본을 돈을 벌 수 있는 국가로 선정하기 어렵게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개인들도 외화예금, 외국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어 약 1000조엔의 예금이 외국으로 유출될 우려까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환율 정책 책임자인 재무관을 지냈던 와타나베 히로시(渡?博史)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아사히 신문에 “지금의 엔화 약세는 오직 미일 금리 차이로 설명되고 있지만, 나는 올해 지행된 엔화 약세의 절반 이상은 일본의 국력 전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당초 일본은 에너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소국’이라며 원자재를 사와 가공, 조립해 수출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를 제외하면 전기 등은 외국에 앞질러 졌으며 IT 등 성장 분야에서는 미중에 뒤쳐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고 투자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에너지, 식량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일본의 국력, 장래성에 대해 경제 기초적 약점을 시장이 꿰뚫어봤다. 환율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국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일본은행이 고집하고 있는 “저금리가 일본 경제 전체에는 좋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