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시아 아스파시아. 동아DB
“소크라테스를 만든 것은 사랑이었다.”
우리가 상상해온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추한 외모에 늘 아내로부터 바가지를 긁히기 일쑤였다는 소크라테스는 사랑에 좌우될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신간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의 저자인 아먼드 단거 옥스퍼드대 고전(古典) 교수는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던 이 철인의 프로필에 ‘젊은 사랑꾼’을 더한다. 한 발 나아가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 소크라테스가 바로 사랑에 의해 그 길을 걷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매력 없고 늙은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저자에 따르면 그에 관한 일화 대부분이 대부분 플라톤과 크세노폰 두 사람의 묘사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다른 모습을 증언하는 기록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온,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크세노스 등 동시대 인물이 남긴 증언 뿐 아니라 3세기 문헌에 등장하는 모습까지 낱낱이 탐색해 청년 소크라테스를 재구성한다.
이렇게 재구성한 젊은 소크라테스가 ‘하나의 가능한 상(像)’일 뿐임을 저자도 인정한다. 고대의 증언들도 저마다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만의 소크라테스를 구성해본 결과 소크라테스 사상의 발전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과연 젊은 소크라테스를 진리의 세계로 이끈 여성은 누구였을까.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라는 여사제가 자신에게 에로스에 관한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이 디오티마가 아테네 민주주의의 완성자로 불리는 페리클레스의 아내이자 소크라테스와 동갑내기였던 아스파시아였다고 추정한다. ‘디오티마’가 ‘제우스로부터 영예를 받았다’는 뜻이며, 이는 당대에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로 불렸던 아스파시아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아스파시아는 소크라테스에게 육체의 만족을 넘어 영혼의 교육이 사랑의 가장 중요한 의무임을 일깨웠다. “아스파시아는 그저 활기차고 엄청나게 똑똑한 여자라기보다는 소크라테스나 그 계승자들 못잖게 유럽 철학의 태동에 기여한 지적 산파였다.”
2019년 나온 이 책의 원서는 고전 철학 학자와 독서가들에게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 서평은 “디오티마가 아스파시아였다는 생각은 새롭지 않으며 과거 한 세기 반 동안이나 유행했던 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이 책은 아테네의 지식 문화에 대한 해박한 가이드다. 특히 자료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후한 평가도 곁들였다.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 / 아먼드 단거 지음․장미성 옮김 / 272쪽․1만6000원․글항아리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