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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총리 교체’ 英, 경제·정치 대혼란…28일 새 총리 선출

입력 | 2022-10-21 17:26:00


런던=AP 뉴시스

취임 44일 만인 20일(현지 시간)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사임하면서 영국은 침체에 빠진 경제는 물론 정치도 격랑에 휘말렸다. 집권 보수당은 28일 새 총리를 선출하지만 누가 되든 금융시장 불안과 정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BBC방송에 따르면 당내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하원) 모임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새 총리가 28일까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임명된다. 보수당은 후보 등록 자격을 기존 의원 20명 이상 추천에서 의원 100명 이상 추천으로 강화했다. 직전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와 경쟁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후보로 거론된다. ‘파티게이트’로 7월 불명예 퇴진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카리브해 휴가를 중간에 끝내고 귀국하는 등 출마설이 나온다.

보수당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노동당 등 야당이 조기 총선을 주장해 영국 정치는 한동안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전망이 크다. 조기 총선은 총리가 요청하거나 의회 과반 찬성으로 가능하지만 다수당인 보수당이 선뜻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조기 총선 여론이 더욱 세지면 보수당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 사설에서 “영국 국민은 이제 정치적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며 보수당 의원 경선에 의한 총리 결정 방식을 반대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런던의 총리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선거 공약을 지키지 못해 사임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그는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라고 밝혔다. 2022.10.21 (현지시간). 런던=AP/뉴시스

트러스 총리 사임은 경제 논리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영국은 고금리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전했다. 고물가 고금리 강(强)달러라는 경제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시장과 싸우려 들었다가 금융 변동성만 키워 몰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백악관 고위 관료들은 월가 인사들에게 영국 같은 ‘금융 혼란’이 미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지 자문하는 등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국은 감세(안)뿐 아니라 200조 원 가까운 재정지출 계획으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그 여파가 금융시장으로 전달된 것”이라며 “(정부의) 내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은 시장 평가를 받은 만큼 영국 상황과 다르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영국의 기능장애는 브렉시트를 비롯해 포퓰리즘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지 교훈을 준다”고 평가했다. 수낵 전 재무장관은 지난 대표 경선에서 대규모 감세안을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는데 유권자(당원)들은 이에 넘어가 이 같은 혼란을 불렀다는 것이다. 조너선 포르테스 런던 킹스칼리지대 교수는 “보수당 현 상태를 감안할 때 신임 총리가 장기적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