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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업 손배 이미 엄격히 적용 중인데 ‘노란봉투법’ 필요한가

입력 | 2022-10-22 00:00:00


기업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5건 중 1건 정도만 배상액을 그대로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법원에서 선고된 관련 소송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다. 법원은 전체 63건 중 20%인 13건은 배상액을 100% 인정했다. 하지만 24건은 기각했고, 인용한 39건 중 26건은 노조 측 배상액을 많게는 90% 깎아줬다.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해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되는 것과 같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을 때만 법원은 노조 측에 배상 책임을 물었다. 경영 악화의 책임이 회사에 있거나 파업 뒤 노사 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배상액을 크게 경감해주고 있는 추세였다. 정당한 파업 행위는 민사상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는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라 법원이 불법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인한 예외적인 파업에 한해서만 노조의 배상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현행법으로도 이미 노조에 배상 책임을 무제한으로 묻기 어려운데도 민노총은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더 까다롭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엔 폭력이 동원되거나 회사 시설이 파괴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노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고용부에 따르면 관련 소송의 95%가 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것이고, 특히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의 99.9%는 민노총의 몫이다. 일부 강경노조의 문제를 노동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부풀려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의 7대 입법 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꼽고 있고, 정의당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의 개정안 검토보고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도 불법적인 쟁의 행위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큰 노란봉투법을 사회적으로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강행 처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