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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실버타운 입주… 우린 좋은 시설 찾아 알리는 암행어사[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 2022-10-22 03:00:00

[이런 인생 2막]‘공빠TV’ 유튜버 문성택-유영란 부부
발품 팔아 얻은 정보 유튜브 공개… 역이민 입주자 등 감동사연 많아
‘가성비 타운’ 만든 운영자엔 경탄… 경쟁시설 자극해 서비스 향상 효과
“아이들과 대출계약 맺어 경제교육, 요양원-요양병원 공부도 시작할 것”



문성택 유영란 씨 부부는 실버타운에 입주해 자유롭게 사는 60세 이후 인생2막을 꿈꾼다. 서울 강남구의 실버타운 ‘더 시그넘하우스’를 배경으로 선 문 씨 부부.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50대쯤 되면 나이 드는 것이 달갑지 않게 마련. 하지만 올해 54세, 53세인 문성택 유영란 씨 부부는 60세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부부 중 한 사람이 60세를 넘겨야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기 때문. 지금은 ‘공부하는 아빠엄마(공빠·공마)’를 자처하며 전국의 실버타운을 탐방하고 공부한 내용을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통해 세상과 공유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부 얘기는 지난해 7월 디지털판 100세 카페에서 살짝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문 씨에게서 첫 책을 냈다고 연락이 왔다. ‘실버타운 올가이드’(한국경제신문사·사진)가 그것으로, 부부가 발로 뛰어 추려낸 19개 실버타운의 현황과 선택 요령 등을 소개했다. 설레는 인생2막을 준비하는 문 씨 부부를 16일 서울 강남구 ‘더 시그넘하우스’에서 만났다.

○시니어, 식사 문제가 중요한 포인트
공빠TV는 1년여간 괄목할 만큼 성장해 있었다. 누적 475개의 유튜브 영상을 올렸고 구독자 9만 명이 넘는 실버타운 전문 채널로 자리 잡았다. 초기 영상들이 자료사진과 웹사이트를 통해 ‘공부’한 내용을 전해주는 것이었다면 근래에는 현장을 누비며 실제 거주자와 운영자들을 인터뷰하고 시청자와도 소통하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시청자 댓글에서는 실버타운, 넓게는 노후 주거에 대한 인식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해외에서 공빠TV를 보고 역이민을 결정했거나 준비 중인 시니어가 많다는 점도 놀라웠다.

―실버타운 전도사로 자리를 잡으셨네요.

“실버타운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아요. ‘요양원’의 일종이라거나 ‘현대판 고려장’ 비슷한 걸로 생각하는 시니어도 계시죠. 하지만 실버타운은 그냥 집이에요. 시니어 맞춤형 커뮤니티 시설이 잘 돼 있는 좋은 아파트죠. 세끼 식사가 제공된다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 들수록 매끼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차려 먹는 일은 고역이 됩니다. 실버타운 다녀보면 여성 시니어들이 ‘세끼 밥 안 하는 것만 해도 천국’이라고 말씀하세요.”

전북 익산에서 한의사로 일하는 그는 “배우자가 떠나고 혼자 된 고령자는 건강이 악화되는 게 훤히 보입니다. 이분께 제대로 된 세끼 식사만 제공돼도 확 달라지죠”라고 말한다. 실제 실버타운에서 마주치는 입주민들은 건강 상태가 바깥세상보다 10∼20년은 젊어 보인다는 것.

공빠TV는 실버타운에 가야 할 사람으로 △혼자인 남성·여성 시니어 △부부 중 한 분이 아픈 시니어 △해외에서 돌아온 역이민 시니어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은 시니어를 든다. 반대로 실버타운에 들어가면 안 되는 사람으로는 △나의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시니어 △경제적으로 빠듯한 시니어 △공동생활이 싫은 시니어 △자기 고집이 지나치게 강한 시니어를 들었다.

문원장 부부는 아직도 실버타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가 많다고 말한다. 다양한 현장에서 만난 다양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미래의 시니어들과 공유하는 게 꿈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2년 전만 해도 웬만한 실버타운에는 다 공실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몇 년씩 기다리는 대기자가 즐비합니다. 실버타운에 새로 입주하려는 연령층이 젊어지고 있고요. 롯데호텔이 최고급 실버타운을 준비 중인데 전국에 30곳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그만큼 시장이 밝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그의 별명은 ‘실버타운 영업사원→홍보대사→암행어사’로 바뀌고 있다. 관심을 갖고 자꾸 찾아가 세상에 알리다 보니 실버타운의 서비스들이 업그레이드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 저소득층 복지주택에도 실버타운 시스템 도입
실버타운을 다룰 때 조심스러운 점은 비싸다는 점과 극소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노인복지주택 입소 정원이 7925명이니 고령자 인구 850만 명 중 0.1%만 수용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실버타운이 노후 주거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비싸다는 선입견과 달리 월 100만 원 정도(1인 기준)로 주거와 식사, 편의를 누릴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실버타운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인 경남 의령 일붕실버랜드에서 23년째 생활 중인 84세 강일선 할머니는 “공짜로 너무 오래 사니 미안할 지경이지만 이곳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1999년 부부가 합쳐 4500만 원 내고 종신제로 들어왔는데 부군은 2년 반 전 타계했다.

8개월 전 미국에서 동해약천온천 실버타운으로 이주한 88세 노부부는 아예 ‘공빠TV를 보고 한국행을 결정했다’며 고마워한다. 서부의 실버타운인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입주해 22년 살다가 이곳으로 왔다. 42평형 집을 얻어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고 매일 온천과 골프, 바다와 산, 입에 맞는 시골밥상을 즐긴다.

요즘 정부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고령자들을 위해 실버타운 개념을 벤치마킹한 고령자 복지주택을 늘리고 있다. 좁더라도 자기 주택에서 생활하며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대개 1, 2층은 복지회관, 3층부터 위로는 6∼8평 임대아파트로 이뤄진다.

3년 전 경기 시흥시 응계지구 고령자복지주택에 입주한 황영옥 씨(87)는 기초노령연금과 주거급여, 국민연금을 합쳐 월수입이 딱 50만 원인데, 이 돈이 매달 남는다고 한다. 7평 임대아파트는 보증금 2530만 원에 월세 6만1700원. 집 바로 옆 노인복지관에서 매일 무료 점심을 먹고 무료 반찬 서비스도 받다 보니 본인 식비로 월 5만 원 이상 써 본 적이 없다.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복지관에서 포켓볼도 치고 서예나 외국어 교육도 받는다. 이런 소개 영상에는 “이게 바로 자살 예방 방송”이라거나 “희망이 생긴다”는 뜨거운 댓글들이 달린다.
○부모-자녀 사이 행복계약서

세 자녀가 각기 서명 날인한 행복계약서 원본. 매년 연말 온 가족이 송년회를 하면서 점검회의를 갖는다. 문성택 씨 제공

각기 딸 둘(유 씨), 아들 하나(문 씨)를 키우던 두 사람은 8년 전 새로 가정을 이뤘다.

“사춘기인 아이들의 구심점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고, 경제교육에 착목했어요. 부부가 6개월을 고민한 끝에 ‘행복계약서’란 걸 만들어 크리스마스날 아이들에게 내밀었죠. ‘엄마아빠는 이런 식으로 살고 싶다. 너희 의견을 얘기해 달라’고.”

계약서는 무상지원은 고교까지, 대학부터는 한 학기 500만 원 한도로 대출해 준다거나 결혼이나 독립할 때 본인 저축액과 같은 액수를 5000만 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대출을 성실하게 상환하면 부모가 75세가 됐을 때 대부분의 재산을 정리해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증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단 증여액의 0.1%를 매달 돌려받는다는 조건이 달렸다.

예컨대 1억 원을 줬다면 월 10만 원씩 상환받아 부모 용돈으로 쓰겠다는 것. 이 밖에도 연 3회 가족모임에 참석하고 분기마다 권장 서적을 읽는 등 조건이 추가된다.

딸들은 흔쾌히 사인했으나 아들은 군대에 다녀온 뒤에야 사인했다. 자녀들은 계약서대로 충실히 잘 이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족한 가운데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20년간 돈 공부를 시킨 뒤 목돈을 미리 주겠다는 겁니다. 아이들도 40대면 돈이 필요할 나이이고, 투자를 해도 저보다 잘할 겁니다. 저로서도 75세부터 재산을 줄여 나가면 세금도 줄고 홀가분해지겠지요.”

―60세가 되면 들어갈 실버타운은 정하셨는지?

“자꾸 마음이 변합니다. 현재 두 군데 정도 대기 등록을 해놨고 구두로는 10군데쯤 예약한 것 같아요. 몇 군데 시험 삼아 살아 본 뒤 정착하려 합니다.”
○요양원 요양병원 공부도 시작할 참
한국의 인구구조는 2030년이면 인구 30%, 2050년이면 인구 40%가 고령자인 세상을 예고하고 있다. 시니어들이 자녀세대에 짐이 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액티브 시니어로 건강하게 사는 기간이 지나가면 다음 단계도 준비해야 한다. 공빠부부는 그래서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요양원 요양병원도 천차만별인데, 홍보나 광고는 법으로도 제한된다고 합니다. 발로 뛰어 괜찮은 곳들을 찾아내고, 좋은 곳이라면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23일 오전 디지털판 100세 카페에서 확인하세요).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