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바쁜 업무 탓 따로 운동할 틈 없자 병원계단 오르는 것으로 건강관리 유산소 운동-근력운동 모두 도움 댄스스포츠 해보니 생활의 활력소 남편과 주말교습땐 스트레스 훌훌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있다. 이 교수는 덕분에 일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고 했다. 작은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남편과 댄스스포츠를 즐기는모습.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많다. 걷기,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같은 운동만 하다 보면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 운동을 중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걱정된다면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38)의 건강법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의 건강법은 어느 정도 ‘모범 답안’에 가깝다. 이 교수는 7년째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다. 무료해지지 않기 위해 얼마 전부터 더 활동적이고 화려한 댄스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 “매일 30여 개 층 계단 올라”
이혜준 교수가 병원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하루 30여 개 층의 계단을 오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덕분에 나름대로 기초 체력은 꽤 튼튼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요즘 이런 운동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운동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서다. 그 대신 택한 게 계단 오르기였다.
그러다 전임의 과정에 들어간 후 계단 오르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학회 업무도 늘었고, 연구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30대 중반이었지만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어깨가 뭉쳤고, 하루 종일 피곤했다.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멍한 상태가 되기 일쑤였다. 자가 진단을 해 보니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와 비슷했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모두 정상이었다. 이 교수는 체력적 한계에 부닥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참에 계단 오르기를 건강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출근할 때는 운동화를 신었다. 병원에 도착하면 15층까지 계단을 걸어 올랐다. 꼭대기에 이른 후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연구실이 있는 5층으로 내려갔다. 여유가 생길 때에도 2, 3개 층 계단은 걸어 올라간다. 근무하는 동안에만 어림잡아 20여 개 층의 계단을 매일 오르는 셈이다.
퇴근해서도 계단을 올랐다. 그의 집은 12층에 있다. 가급적 매일 퇴근길 계단 오르기도 한다. 근무가 없는 주말에는 외출할 때마다 집까지 계단으로 오른다. 이 교수는 지난해 첫아기를 낳았는데, 출산하기 1주일 전까지도 계단 오르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요즘에는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할 정도다.
○“계단 오르기, 노인·비만 환자에 효과 커”
본격적으로 계단을 오른 지 4년이 흘렀다. 효과가 있었을까. 이 교수는 “따로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았기에 체중 변화는 없다”며 “그 대신 종아리가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살과 지방이 많던 하체의 근육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5개 층을 오르는 게 힘들었다. 7, 8층에 이르면 호흡이 가빠져 쉬어야만 했다. 10개 층을 무난히 오르기까지는 3개월 정도 걸렸다. 이 교수는 “매일 계단 오르기, 그리고 중간에 힘들다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기만 지킨다면 대부분 2, 3개월 이내에 건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만과 노인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본인 사례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도 계단 오르기를 적극 권한다. 이 교수는 “노인 만성질환자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환자 모두에게 계단 오르기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근 감소, 비만을 모두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단 오르기의 효과는 또 있다. 이 교수는 “비만 환자가 비만 약을 끊었을 때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하면 이런 현상이 덜 나타난다”고 밝혔다.
○“남편과 댄스스포츠 삼매경”
일상은 소중하지만 때론 지치거나 무료하다. 그렇기에 ‘재충전’을 꿈꾼다. 이 교수 또한 그랬다. 그의 남편도 아내의 마음을 잘 알았나 보다. 남편이 먼저 댄스스포츠를 제안했다. 주말에 부부가 함께 즐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기자는 것이다. 화려한 복장과 동작도 구미가 당겼다. 2개월 전 이 교수는 남편과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두 사람은 스튜디오에 가서 1시간 정도 동작을 배운다. 왈츠와 차차차 초보자 단계는 거의 끝냈다. 이 교수는 “댄스스포츠는 시작하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내게는 일상의 활력소가 됐다”고 했다. 주말 학회 일정 때문에 지금까지 딱 한 번 교습에 빠졌는데, 그렇게 허전할 수 없었단다. 이 교수는 “수업이 끝나는 순간에 다음 수업이 기다려지는데, 이런 기분은 모처럼 느끼는 것”이라며 “실력을 계속 쌓아 언젠가는 대회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방향 트는 동작 많아 균형감-유연성 좋아져… 혈당-혈압 떨어뜨려 고령자에 특효
댄스스포츠의 효과 댄스스포츠를 하면 어떤 건강 효과가 있을까. 이혜준 교수는 무엇보다 유연성과 균형감이 좋아진다고 했다. 댄스스포츠에는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이 많아 몸의 중심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발이 자주 꼬여 비틀거리기도 하는데,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무리 없이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연성과 균형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보통 초급은 2, 3개월이면 어느 정도 능숙하게 즐길 수 있다. 40대 이전의 젊은층은 열심히 배우면 한 달 정도에 초급 과정을 뗄 수 있단다. 물론 노인들도 배우는 게 어렵지 않다. 이 교수는 “70, 80대 부부가 와서 댄스스포츠를 하는 것도 많이 봤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댄스스포츠는 특히 노인들에게 좋은 운동이다. 댄스스포츠가 심폐 기능과 폐활량을 증가시키고 혈압, 혈당, 중성지방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교수는 “노인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로서 노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운동”이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춤’이라는 사회적 통념이나 등록을 해야 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 때문에 적극 권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댄스스포츠가 더욱 활성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