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젤렌스키 “러, 남부 댐 폭파 준비”…러 “우크라가 공격 계획”

입력 | 2022-10-22 02:12:0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의 수력발전소 댐 폭파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B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드네프로 강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 댐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매설해 위장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대한 물 공급이 황폐화되고, 유럽 최대인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수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카호우카 댐은 약 1800만㎥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며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댐을 폭파한다면, 헤르손을 포함한 80개 이상의 마을에 홍수가 발생해 수십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헤르손에서 퇴각 중인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지연하기 위해 이곳을 파괴, 헤르손 일대를 물에 잠기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헤르손 서부에서 철수하면서 댐을 폭파한 뒤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전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 헤르손 점령 당국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노바 카호우카 댐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의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크름반도와 남부 헤르손주 사이를 흐르는 드니프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3개의 다리를 택해야 한다. 그 중 2개는 안토니우스키 다리(자동차 교량·철도 교량)이며, 나머지 1개는 동쪽으로 50㎞ 떨어진 곳의 노바카호우카 댐 위의 교량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헤르손 탈환 공세에 러시아 군은 기존 방어 진지를 구축했던 노바 카호우카 댐 인근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20㎞ 가량 후퇴한 밀로베 지역에 방어선 구축했다. 이곳 마저도 방어가 어려워지자 우크라이나군의 지연을 위해 댐을 활용한 ‘수공(水攻)’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러시아군은 아군에 의해 드네프로강 서안의 헤르손을 뺏길 것을 예상하고 카호우카 댐과 발전소를 파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댐 수문 인근에 폭발물이 가득 실린 트럭 2대를 배치해 놓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력발전소를 겸비한 다목적 댐인 노바 카호우카 댐은 북크름운하와 함께 헤르손과 크름반도에 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1975년 건설된 북크름 운하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반도 물 공급량의 85%를 담당하고 있다.

몇몇 러시아 평론가들은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 점령 지역이 최악의 타격을 입겠지만 우크라이나 통제 하에 있는 수십 개의 마을도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친(親)크렘린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댐이 폭파되면 높이 5m의 거센 물결이 드니프로 강 옆의 모든 마을들을 시속 25㎞의 속도로 쓸어버릴 것이라며 2시간 안에 헤르손시를 강타, 3일 간 광대한 지역을 범람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