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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인 독재시대’ 개막…서방과 갈등 깊어진다

입력 | 2022-10-22 16:49:00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 205명이 선출된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명단에 이름이 포함돼 있으면 시진핑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인민일보 캡처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22일 폐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날 인민일보가 공개한 중앙위원 선출 명단에 시 주석의 이름은 205명 중 4번째로 올랐다. 해당 명단에 시 주석의 이름이 포함돼 있으면, 그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공산당은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와 권위를 대폭 강화하는 지도적 지위를 공산당 당헌에 명기하는 것을 승인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전례 없는 3번째 임기를 시작했다”며 “이번 개편은 예상보다 규모가 크다.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정치 지도자로 확고히 자리 잡은 시 주석은 전례없는 3번째 임기를 시작함에 따라 향후 5년 이상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젊은 팀을 꾸리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23일 이어지는 1중전회에서 첫 번째 전체회의를 개최한 뒤 중앙위원 명단을 공식 승인할 예정”고 덧붙였다.

CNN은 23일 공개될 상임위원 명단에 젊은 후계자가 등장할지 여부가 시 주석의 장기집권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후계자의 여부는 시진핑 주석이 4선까지 노리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면서 “직전 당대회가 열렸던 2017년 당시, 후계자가 지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 주석이 3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 리커창·왕양 등 베테랑 중진, 은퇴 수순…권력 분산 체제 바뀌나

이날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시진핑에 이어 왕후닝과 자오러지는 잔류한 반면 리커창 총리와 왕양, 리잔수, 한정은 탈락해 은퇴 수순을 밟게됐다.

CNN은 “리커창 총리와 서열 4위의 왕양은 중앙위원 명단 205명 가운데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면서 “이는 이들 중진이 은퇴 수순을 밟게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시 주석은 리커창과 왕양 등 베테랑 중진들을 은퇴시키면서 최고 지도부를 전면 개편했다. 관례에 따르면 리커창과 왕양은 정년인 68세에 1년 모자란다. 시 진핑은 베테랑 중진 4명을 은퇴시킴으로써, 젊은 지도자들을 최고 지도부에 올릴 방침이다”이라고 전했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UCSD) 대학에서 중국 정치를 가르치는 빅터 시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측근들이 상무위원을 장악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중진들이 잔류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면서 “만일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면, 이는 1970년대부터 공산당이 추진해오던 권력 분산 체제가 뒤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205명의 이름이 올린 중앙위원회 명단에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류허 부총리 역시 빠졌는데, 왕이 외교부장이 양제츠의 후임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고 SCMP는 봤다.

◇中 공산당, 시진핑 지도적 지위 확립…‘대만 독립 반대’ 헌법 명기

이날 공산당은 이날 정당의 당헌 격인 공산당 당장(黨章)을 개정했다. 개정된 당장에는 최근 몇 년 동안 당에서 집중적으로 언급된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가 포함됐다.

‘두 개의 확립’이란 시 주석의 당 내 핵심 지위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가리킨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은 이날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자들을 단호히 반대하고 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헌법에 명기했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워 자신의 장기 집권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대만 통일’을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정치적 지지를 결집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당 대회 폐막 다음날인 23일에는 제20기 당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새롭게 선출된 200여명의 중앙위원이 총서기를 비롯해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등 당 최고 지도부를 선출한다.

◇ 시진핑 독재 시대 열렸다…전문가들 “中-서방 관계 더욱 악화” 우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1인 독재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 공산당의 관심사는 ‘경제 성장’에서 시 주석의 ‘권력 장악’으로 옮겨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독재를 펼침에 따라 중국과 서방간 사이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스티브 창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원(SOAS)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은 21세기 마르크스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독재자와 같은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면서 “이제는 그 누구도 시 주석을 말리고자 시도조차 할 수 없게됐다”고 평가했다.

창 교수는 “시진핑의 ‘최고의 적’은 바로 시진핑 자신이다. 중국의 미래는 시 주석의 모든 결정에 따라 달려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부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반향실(echo chamber)’에 홀로 있다. 중국과 서방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21세기 중국센터 수잔 셔크 석좌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유능한 인물이 아닌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은 곁에 두는 경향이 있기에 측근들은 시 주석의 어떠한 정책에도 지지하고 충성한다. 제로 코로나를 밀어부칠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시 주석이 자초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더 이상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주요 관심”이라면서 “이 것이 시사하는 바는 꽤나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해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제3차 역사 결의를 발표한데 이어 올해 초 양회(兩會·전국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등을 통해 국가주석 3선의 초석을 다져왔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8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수정안이 통과돼 36년만에 다시 ’종신 지도자‘ 시대가 열린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