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테니스, 티볼, 핸볼 관심 집중…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어 인기 어릴 적 뛰고 놀아야 집중력 향상… 탁월한 재능 보이면 전문 선수 육성
NH농협은행에 주최한 매직테니스 행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 NH농협은행제공
테니스 라켓을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그립,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싱,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레슨 과정도 한동안 특정 기술에만 집착하도록 유도해 흥미를 잃게 한다. 가령 줄곧 포핸드만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완성이 돼야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무리하게 공을 치다보면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등에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되기도 쉽다. 요즘 테니스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코트, 코치 찾기도 쉽지 않다.
●NH농협은행 재능기부 행사 성황
매직테니스 캠프에서 말랑말랑한 공을 주고받고 있는 코치와 참가자. 동아일보 DB
테니스 선수 출신인 임지헌 삼육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매직테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아 많은 인원이 편하게 입문할 수 있다. 테니스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아이들은 테니스를 평생 하는 스포츠로 삼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매직테니스는 잘 계획된 훈련과 재미있는 게임으로 수업을 신선하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얘기다.
국내에 ITF가 발급하는 매직테니스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는 약 300명가량이라고 한다. 방과 후 수업이나 용품업체 이벤트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지역마다 초보자 레슨을 매직 테니스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코트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어르신 매직테니스 클럽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NH농협은행이 주최한 매직테니스 재능기부 행사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참가자인 초등학교 5학년 이하랑 양(11)은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가까이에서 선수 언니들을 본 것도 신기했다. 마지막에 우리끼리 경기를 했는데 져서 아쉽다. 아빠한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웃었다. 한 남학생은 “쉽게 게임을 할 수 있어 너무 재밌었다. 시간이 빨리 가 아쉬웠다.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어린 참가자들은 새롭게 익힌 매직테니스의 매력에 빠져 밝은 표정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매직테니스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일일강사로 나선 NH농협은행 여자테니스부 간판스타 이은혜와 셀카를 찍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테니스 붐으로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여 뜻 깊은 시간을 보내 기쁘다. 앞으로도 스포츠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을 후원한데 이어 이번 행사까지 지원한 휠라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어린이 테니스도 성인 못지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 교육에 뒷전으로 밀린 청소년 운동
학창 시절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건강기구(WHO)는 청소년들이 신체활동에 참여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대사증후군 발생률을 낮춰주며 과체중과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와 맥길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 진학 후 집중력이 우수하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경기 안산원곡초등학교에서 올해 첫 ‘찾아가는 티볼 교실’을 열었다. 한 여학생이 티볼을 치는 모습을 허구연 KBO 총재(왼쪽)가 지켜보고 있다. KBO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찾아가는 티볼 교실 장면. KBO 제공
●KBO 찾아가는 티볼 교실 시행
이런 현실에서 매직테니스와 같은 신종스포츠는 좀더 접근하기 쉬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돌며 티볼 강습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67개교, 중학교 67개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참가학교에는 140만 원 상당의 티볼 용품과 글러브가 제공된다.
티볼은 허리 높이의 티(tee)에 공을 놓고 치는 간이 배팅볼이다. 규칙은 야구와 비슷하다. 다만 야구에서는 스리 아웃에 공수가 교대되지만 ‘티볼’은 공격 측 타자 전원이 모두 타격해야 한 이닝이 끝난다. 마지막 타자가 타격을 끝낸 시점의 잔루 주자는 다음 이닝 시작 때 그대로 이어진다. 또 야구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은 스트라이크로 인정되지 않지만 ‘티볼’에서는 인정된다. 번트와 도루가 없는 것도 다른 점이다.
티볼 전도사를 자처하며 강사로도 직접 나서고 있는 허구연 KBO 총재는 “티볼은 고무 방망이와 고무공, 배팅티만 있으면 경기를 할 수 있다. 다칠 염려가 없다. 야구 저변 확대와 전인교육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KBO는 티볼교실 강사로 은퇴 모임인 일구회(회장 김광수)와 함께 시니어 봉사단을 구성해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에 주최한 매직테니스 행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 테니스코리아 제공
대한핸드볼협회는 핸드볼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핸볼’을 고안해 보급하고 있다. 초등학교 남녀 학생들이 핸볼 경기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학생 눈높이에 맞춘 미니 핸드볼 ‘핸볼’
대한핸드볼협회는 핸드볼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핸볼’을 고안해 보급하고 있다. 초등학교 남녀 학생들이 핸볼 경기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대한핸드볼협회는 몸싸움과 골키퍼를 없앤 ‘핸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부드러우면서 잘 튀는 공을 사용하는 핸볼은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데 남녀 학생이 함께 할 수도 있고 골이 많이 나와 반응이 좋다고 한다. 채 하나를 갖고 미니 코스에서 9홀 또는 18홀을 도는 파크골프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매직테니스, 티볼, 핸볼 등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면 ‘진짜’ 테니스, 야구, 핸드볼 클럽이나 운동부에 가입해 전문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릴 적 땀으로 얻은 성취감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살아나 평생에 걸쳐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운동하는 학생이 많아질 때 나라도 건전해질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