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7시12분쯤 부산 한 호텔에서 조직폭력배 ‘칠성파’의 전 두목 A씨가 남성들의 부축을 받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2022.10.23/뉴스1
23일 오후 4시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호텔 앞.
고령의 남성이 차에서 내리자 호텔 안팎에 대기하던 형사들의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이 남성은 호텔 로비로 마중 나온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3층 연회장으로 올라갔고, 자신의 팔순잔치를 축하하러 온 손님을 맞이했다.
A 씨는 부산 최대 폭력 단체이자 영화 ‘친구’의 모델이기도 했던 칠성파의 전 두목이다. 이날 호텔 연회장 좌석 300개는 빈 자리 없이 찼고, 자리를 찾지 못한 채 A 씨와 인사만 나눈 뒤 호텔을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날 A 씨의 팔순잔치 소식을 입수한 경찰은 칠성파 측에 “호텔 출입구 앞에 길게 도열해 큰 소리로 90도 인사하는 등 위력을 과시하거나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경찰이 활동을 관리 중인 현 조직원은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이 고령층이었다”고 했다.
A 씨는 1970년대 중반부터 2대 두목으로 활동하며 칠성파를 전국 4대 폭력단체로 키운 인물이다. 1991년 검찰의 대대적인 조직폭력 단속 때 구속돼 8년간 복역하는 등 3차례에 걸쳐 16년 간 수감되면서도 조직을 이끌었다. A 씨는 나이가 들고 건강이 악화돼 2011년 후계자를 지목하며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