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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락에… 서울 빌라도 ‘깡통전세’ 위험수위

입력 | 2022-10-24 03:00:00

관악-강북구 전세가율 91%… 경매때 보증금 떼일 가능성
서울 전세가율 지난달 82% 달해… 지방선 전세 > 매매 역전 잇달아
인천 경매 작년보다 51% 늘어… 빌라 주민들 “불안해 마음고생”
전문가 “월세 전환 지원 나서야”




직장인 A 씨(30)는 집 문제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해 10월 결혼하며 서울 구로구 전용면적 40m² 2룸 다세대주택을 전세로 구했는데, 최근 전셋집이 집주인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경매로 넘어갈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매 절차는 중단됐지만 2억3000만 원에 구한 전셋집이 감정평가상 2억40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다음 세입자가 무사히 구해지도록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어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서울 내 빌라(연립, 다세대주택 등) 밀집 지역에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의 90%까지 오른 지역이 나왔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고 매매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9월 서울 관악구 빌라 전세가율은 전월(85.3%) 대비 6.6%포인트 오른 91.9%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북구가 91.2%로 두 번째로 높았다. 서울 전체 빌라 전세가율도 81.2%에서 82%로 소폭 높아졌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로, 통상 80% 이상이면 경매를 진행하더라도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부동산원은 지난달부터 최근 3개월 및 1년 치 전세·매매 실제 거래를 바탕으로 전세가율을 발표하고 있다.

빌라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뛰어넘은 곳도 나온다. 부산 연제구(127.4%), 경북 구미시(102.6%), 경기 이천시(102.1%) 화성시(102%) 등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이 8월 69.4%에서 9월 70.4%로 오르는 등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아파트 전세가율도 오르는 추세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대구, 인천 지역에서는 경매로 넘어가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천에서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은 317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03건) 대비 50.8% 늘었다. 대구 역시 올해 1∼9월 해당 부동산이 1181건으로 지난해 동기(825건) 대비 43.2%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가 담보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것을 말한다.

집값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날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10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은 전월(―0.08) 대비 0.45% 하락해 낙폭이 5배 이상으로 커졌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 깡통전세 위험을 낮추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집주인, 세입자 모두 가용 자금이 필요해 쉽지 않다”며 “정부에서 전세 부담을 낮추고 월세로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