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1년간 ‘하수역학’ 조사 실시 하수 시료 채취해 잔류 마약류 분석, 엑스터시-암페타민-코카인 등 발견 검출 키트 개발 비웃듯 새 마약 등장… 35%는 국내 유통 된 뒤 마약 지정 키트 개발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약류를 거래한 혐의로 75명을 검거해 이 중 상습판매자와 투약자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압수품인 필로폰 60g, 대마 100.6g, 합성대마와 졸피뎀 63정이다. 의정부경찰서 제공
최근 드라마 ‘수리남’이 인기를 모은 데다 유명 작곡가, 아이돌 등이 마약 투약으로 적발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국내 마약 범죄 실태에 대한 우려 섞인 관심이 늘고 있다.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건 이미 옛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4123명에서 지난해 1만615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하수처리장에서 마약류를 검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전국 단위에서 마약 투약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키트가 없거나 현재 기술로는 검출이 어려운 신종 마약들이 대거 나오고 있어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 전국 하수에서 마약 검출… 신종 마약도 기승
5월 식약처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진행한 2차 ‘하수역학기반 신종·불법마약류 사용 행태 조사’ 결과 전국 대규모 하수처리장 27곳에서 필로폰 등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필로폰은 모든 처리장에서 검출됐고 엑스터시는 21곳, 암페타민은 17곳, 코카인은 4곳에서 검출됐다.하수역학은 하수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하수의 유량과 채집 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술이다. 2000년경 미국에서 불법 마약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처음 시행됐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아마비 등 감염병을 추적하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소변 검사 키트로 마약을 검출한다. 소변을 떨어뜨렸을 때 특정 마약 성분이 있다면 특정 색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렇게 검출할 수 있는 성분은 22가지에 불과하다.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는 합성대마의 종류만 450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 유통 주기 짧고 검출 기술 못 따라가
소변 검사 키트 등으로 검출할 수 없는 마약 성분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질량분석기(MS),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등 기술을 활용해 찾아낸다. 이들 장비를 활용해 기존 마약 성분 정보가 모여 있는 ‘라이브러리’에 없는 물질의 구조와 질량을 분석하고 기존 마약류와 유사도를 비교해 판단한다. 마약이라고 판단되면 식약처에 임시 마약류 지정을 요청하고 신종 마약을 포함한 라이브러리는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절차를 거친다. 이처럼 신종 마약을 검증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다. 문제는 신종 마약의 유통 주기가 워낙 짧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마약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성분의 구조와 질량을 분석하고 마약류라는 사실을 특정한 뒤 검출 키트를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고 토로한다. 특정 신종 마약을 검출하는 키트를 개발하면 새로운 신종 마약이 어느새 등장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2020년부터 식약처에 의해 임시 마약류로 지정된 40가지 성분 중 14가지(35%)는 국내 반입·유통이 된 뒤에야 임시 마약류로 지정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작정 키트를 개발할 수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독성학과장은 “예전에는 신종 마약이 유행한 뒤 6개월∼1년 뒤 국내에 들어왔다면 지금은 해외 직구로 훨씬 빠르게 발견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최초 발견되는 사례도 있을 정도”라며 “하지만 국과수에서 마약을 담당하는 연구원은 전국에 단 16명밖에 없어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