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에서 집회하는 보수단체. 뉴시스.
서울 광화문 인근 도심은 그제 오후 정반대의 구호로 맞선 정치 집회로 또 몸살을 앓았다. 보수단체는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까지 세종대로 서쪽 방향 차로에서, 몇 시간 뒤에는 진보단체가 숭례문 교차로부터 태평로 교차로까지 세종대로 동쪽 방향 차로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시청광장 앞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반으로 쫙 갈라진 모양새였다.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등이 주도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불법 대선자금 주범 이재명을 구속하라” “문재인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소 모양으로 만든 문 전 대통령 인형이 수레에 실려 집회에 등장했다.
촛불전환행동 등이 연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에선 참가자들이 “정치보복, 민생파탄, 평화파괴, 친일매국 윤석열은 퇴진하라” “허위경력, 상습사기 김건희 특검하라” 등을 외치며 맞불을 놨다. 윤 대통령, 김 여사, 한덕수 국무총리 등의 얼굴을 본뜬 대형 인형이 트럭에 실려 나오기도 했다.
세 대결을 벌이는 듯 주말 도심을 점거하고 확성기를 동원해 경쟁적으로 악악대는 구호를 외쳐대는 식의 ‘후진적’ 집회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자신들의 정치 구호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식의 집회엔 보수건 진보건 양식 있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서로 엇갈린 극단적 주장은 정치 혐오와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민생에 뭔 도움이 되나. 집회 문화의 선진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