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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기 사망 8일만에… SPC 또 ‘끼임 사고’… 고용부 “SPC 계열사 12곳 안전감독 실시”

입력 | 2022-10-24 03:00:00

계열사 공장서 근로자 손가락 절단
경찰 “2인1조 근무… 기계결함 없어”
산업계 “안전감독 실효성 높여야”



파리바게뜨 공동행동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연 '평택공장 SPL 산재 사망사고 추모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0.20.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20대 근로자의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SPL 역시 SPC그룹 계열사다. 고용노동부는 연달아 사고가 나고 있는 SPC그룹 계열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경 성남시 중원구의 샤니 공장에서 40대 직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는 빵 상자를 검수하던 중 기계에 손가락이 끼었다. A 씨는 이 사고로 오른손 검지 1cm가량이 절단됐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접합 수술을 마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사고 당시 2인 1조 근무 수칙이 지켜졌으며, 기계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SPC 관계자는 “사고 이후 해당 라인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전국의 SPC그룹 식품·원료 계열사 작업 현장을 이번 주 중에 불시 감독하기로 했다. 사고가 난 SPL과 샤니 외에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등 주요 계열사 12곳이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현장 위험요인 외에 안전보건 관리체계 등 구조적 원인도 점검할 계획이다.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고용부 산업안전보건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 SPL 공장은 사고 한 달 전인 9월 고용부 산업안전감독을 받았으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었던 끼임 사고 방호조치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5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SPL 공장에 대해 실시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심사에서는 끼임 사고 방지와 관련된 권고가 있었지만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감독 직후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은 8월 29일 고용부 산업안전감독 이후 이틀 만인 3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남 창원시 현대비앤지스틸 역시 5월 산업안전감독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9월과 10월 잇달아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 교수는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페이스 리포트’처럼 안전감독 후 지적 사항과 사고의 맥락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산업계에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