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승욱 기자 =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칩4에 포함되지만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기업은 단 3개뿐이고, 시총 순위와 수익성은 더욱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2년 1~9월 평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 비교를 실시했다. 그 결과 100대 기업 중 칩4에 속한 기업은 총 48개사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 중 한국은 3개에 불과해, 미국(28개사), 대만(10개사), 일본(7개사)에 크게 뒤쳐졌다.
◆시총 100대 기업 중 中 42개…칩4 빠르게 추격
올해 1~9월 기준 반도체 시총 1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42개사로 칩4 기업을 다 합친 48개사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기업들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중국 기업의 2018년 대비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6.7%로 중국 외 기업(8.2%)에 비해 약 3.3배 높게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기업의 2021년 영업 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 역시 124.7%로 중국 외 기업(47.7%)의 2.6배를 기록했다.
중국은 시총 상위권에 SMIC(28위, 파운드리 세계 5위), TCL중환신능원(31위, 태양광·반도체 소재), 칭광궈신(32위, IC칩 설계·개발), 웨이얼반도체(38위, 팹리스 세계 9위)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사 시총순위 전부 하락
2018년~2022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총순위는 전부 떨어졌다. 시총은 기업 성장성, 경쟁력의 종합지표인데, 2018년 이후 삼성전자 2계단, SK하이닉스 4계단씩 하락했다.
한국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021년 14.4%로 수익성이 1.9%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8년∼2021년 경쟁국들의 수익성은 미국 3.9%p, 일본 2.0%p, 대만 1.1%p씩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5분의 1(2021년 19.9%)을 차지하는 대표산업이지만, 글로벌 동종업계에서 시총 순위에서 밀리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韓 설비투자 최대…삼성·SK, 48조원 쏟아부어
한국의 ‘영업 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는 2021년 63.1%로 칩4 중 최고로 나타났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1년 총 48조원을 설비투자에 썼다. 설비투자 비율을 2018년∼2021년 3.3%p 늘렸다.
한국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는 2021년 8.3%로 칩4 중 4위로 가장 낮았다. 전경련은 R&D투자 비율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서 높고 한국·대만의 메모리·파운드리처럼 생산공정이 중요하면 낮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은 D램·낸드 등 기존사업 기술개발 및 AI, 차세대 메모리 등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R&D투자(2018∼2021년 1.2%p↑)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韓 법인세 부담률 1위(26.9%) … 미국(13.0%)·대만(12.1%) 2배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21년 26.9%로 칩4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8년 25.5%로 4개국 중 이미 최고였는데 3년 새 1.4%p상승했다. 이는 2018년부터 이어진 법인세 증세 기조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투자촉진책 등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법인세 부담률이 2018년∼2021년 3.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4개국 중 4년 연속 최저로 조세환경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큰 세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효과가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