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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그림에 으깬 감자 퍼부었다…기후운동가들, 6번째 명화 테러

입력 | 2022-10-24 10:26:00

23일(현지시간) 독일의 환경단체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매시트 포테이토를 뿌리고 접착제를 바른 손을 벽에 붙이며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레츠테게네라치온 인스타 갈무리)


인상주의의 개척자로 불리는 모네의 그림이 기후 위기 시위의 타깃이 됐다. 기후 운동가들이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쏟은지 9일 만의 일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환경단체 레츠테게네라치온(마지막 세대) 운동가들은 포츠담의 바베리니 박물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노란 액체를 끼얹었다.

바베리니 미술관 관계자는 다행히도 모네의 작품에 유리 보호막이 설치돼 있어 그림이 손상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기후 운동가들이 작품에 쏟아부은 노란 액체의 정체는 매시트 포테이토(으깬 감자)라고 알려졌다. 운동가들은 매시트 포테이토를 뿌린 뒤, 자신의 한쪽 손에 직접 풀칠을 하고 벽에 붙이는 행동으로 시위 퍼포먼스를 마쳤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관여한 사람은 총 4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직접 작품에 매시트 포테이토를 뿌린 미리암과 벤저민은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독일 경찰은 DPA에 사건 조사에는 착수했지만 상세 정보나 체포, 처벌 형량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위를 주도한 레츠테게네라치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화석 연료 생산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매시트 포테이토를 뿌려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고액의 벌금과 형사 고발, 자유의 박탈까지도 불사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레츠테게네라치온은 모네의 작품이 무사하다고 알리는 바베리니 미술관의 트윗을 인용하며 “이 시위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당신이 이 시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라. 그리고 당신이 기후 위기에는 어떻게 반응하며 실제로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보라”고 글을 남겼다.

기후 위기를 알리는 시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작품이 타깃이 된 것은 ‘건초더미’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에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라는 기후 운동 단체가 작품 유리 보호막에 손을 붙이고 “가스가 없다면 탄소도 없다”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또 같은 달 영국 기후 운동 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존 콘스터블의 유화 ‘건초마차’ 액자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반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9일에는 영국 기후 단체 ‘멸종저항’ 운동가들이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 위에 강력접착제를 바른 손을 대는 등, 미술 전시 작품을 대상으로 한 기후 운동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오트루드 웨스트헤이더 바베리니 미술관 관장은 성명을 통해 “기후 재앙에 직면한 운동가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들이 요구사항을 강조하는 방식에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건초더미’는 오는 26일(수요일)부터 다시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