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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헤르손 주민 ‘긴급 대피령’… 후퇴설 증폭

입력 | 2022-10-24 10:27:00

19일 계엄령-대피령 내린 지 사흘 만에
英 “러, 드니프로강 바지선 교량 건설”… 후퇴설 ‘무게’
러, 겨울철 겨냥 우크라 전력시설 공습 이어가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불법 병합 지역 헤르손에서 또 다시 주민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대규모 후퇴를 계획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발전시설을 중심으로 공습을 이어갔다.

러시아 정부가 임명한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22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전선의 긴박한 상황과 대규모 포격 위험 증가, 테러 위협으로 헤르손 모든 민간인은 즉각 도시를 떠나 드니프로강 왼쪽(동쪽) 둑으로 건너가야 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친구 안전을 조심하라” “서류 돈 귀중품 옷을 잊지 말라”고 밝혔다. 앞서 19일 헤르손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첫 대피령과 계엄령을 내린 지 사흘 만에 다시 긴급 대피령을 내린 것.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모든 부처에도 이날 안에 드니프로강을 건너라고 명령했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대피령으로 수천 명이 지역을 떠난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남아있는 주민에게도 이날 모두 떠날 것을 긴급하게 명령했다”며 그만큼 러시아가 수세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주간 드니프로강 서안을 따라 마을을 차례로 수복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사이군이 드니프로강을 건너는 지점들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손상된 안토니우스키대교 옆에 대형 바지선 교량을 완공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스키대교는 길이 1366m로 7월 우크라이나군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되기 전까지 헤르손 지역 러시아군 수송과 보급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바지선 교량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은 몇십 년 만에 처음일 것”이라며 “그만큼 헤르손에서 러시아 병력이 받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였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AFP통신은 러시아가 전력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포격을 퍼부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사일 12발 이상이 우크라이나 전력 생산시설을 타격했다. 키릴로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우크라이나 전역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스 우크르레네르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주요 네트워크 에너지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또 다시 감행했다”고 전했다. 겨울철 우크라이나를 에너지난에 빠트리기 위해 주요 도시 전력시설을 공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시아가 밤 사이 미사일 36발을 쏘며 대대적 공격을 가했다”며 “이번 공습은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사악한 공격이며 전형적인 테러리스트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