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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건채]대학생 농촌집고쳐주기 봉사활동 가치와 전망

입력 | 2022-10-25 03:00:00

정건채 남서울대 교수



정건채 남서울대 교수


커뮤니티 봉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디아코니아(diaconia)는 그리스어로 로마 중기에 가난한 자들을 돕기 위한 집단을 의미하는데 이로부터 공동체 봉사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대학사회에서 민주화 물결이 사라질 쯤 젊음의 집단적 에너지가 사회봉사라는 통로로 흘러간 것은 다행이었다. 당시 대학의 리더십은 이미 1980년대 중반 미국대학들이 시도한 봉사학습을 탐방하고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대학가에 봉사문화를 꽃피게 하였다. 2007년부터 시작한 대학생 농촌집고쳐주기는 바로 그 물결의 지류로서 봉사학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농촌건축학회가 주관하고 다솜둥지복지재단이 후원해온 농촌집고쳐주기 봉사활동은 올해 15년째로 총 7000여 채를 수리하였다. 그 결실을 회고하고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은 가치들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농촌마을 취약계층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농촌 취약계층은 대부분 재래 목조주택에서 거주한다. 재래식 화장실, 아궁이 부엌, 지붕 누수, 높은 문턱 등 주택이 열악하나 경제적 문제로 개선이 어렵다. 새마을운동 때 위생공간과 지붕을 개량하였지만 현재 생활상에 대응하지 못해 공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2015년부터 새뜰마을사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농촌마을의 노후농가 전량을 고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여기서 농촌집고쳐주기는 그 간극을 메워주는 통로로 상보적 가치를 갖는다. 이 운동은 대학생들과 전문가와 행정가가 합력하는 건축봉사형태로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봉사학습은 현장실무 등 복합적 가치를 갖는다. 건축을 봉사학습과 연계하기 때문에 설계실에서 학습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다. 현장실무를 체험할 기회이며, 다전공을 융합할 수도 있다. 즉, 의료, 심리, 예술 등 여러 전공들이 건축과 융합될 때 취약계층은 물론 마을 전체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나의 사례로 남서울대 사랑의 건축봉사단은 융합봉사를 실천한다. 즉, 대상 가구의 거실, 안방, 부엌(싱크대 포함) 등 내부공간을 쾌적하게 개선하는 동시에 장애가구의 경우 문턱을 낮추는 무장애설계기법(BF)을 적용하는 등 꼼꼼하게 수리한다. 외부공간은 장애요소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진입로와 현관 및 문턱을 개선하며, 특히 마을공동이용시설의 경우 경사로와 핸드레일을 설치하는 등 장애를 극복하도록 시공한다. 마을을 대상으로는 예술과 융합하여 벽화 그리기와 쉼터 조성 등 형태심리학적으로 마을경관을 재형성하며, 동시에 간호와 융합하여 건강교육을 하고 혈당, 혈압 등을 확인하면서 마을에 최적화된 형태로 봉사하기 때문에 주민만족도가 높다. 융합봉사학습의 시너지 효과이다.

셋째, 대학생 젊은이들이 농촌마을에서 길을 찾는다. MZ세대들은 자기 전공을 가지고 봉사할 줄 안다. 공부만 했던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팬데믹 시기에도 그들은 학습과 봉사를 병행하였다. 필라델피아 건축가 루이스 칸은 건축을 봉사하는 공간과 봉사받는 공간의 형제관계로 보았다. 즉, 계단과 같이 봉사하는 공간이 없이는 실들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젊은 대학생들이 농촌마을을 찾는 것은 봉사하는 공간처럼 소멸위기의 농촌마을에 활력을 주므로 새로운 관계와 희망을 갖게 한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한다.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골마을에 대학생들이 찾아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들에게 마을이 되었다. 그들은 내년에 다시 농촌마을을 찾겠다고 한다. 농촌을 떠난 성공세대들로부터 삶의 모델을 찾기보다는 떠난 빈자리에서 길을 찾고자 한다.

향후 대학생 농촌집고쳐주기는 지속가능한 봉사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촌마을을 살려내는 불씨가 되어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비교과에서 교과로, 건축에서 융복합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눔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건채 남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