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전관리원
사례1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씨는 때 이른 가을 한파에 벌써 마음이 무겁다. 살고 있는 집이 지은 지 30년이나 되다 보니 아무리 보일러를 높은 온도로 설정해 가동해도 코끝 시린 웃풍을 막을 수 없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전기 및 가스요금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올겨울 난방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사례2 박모 씨는 작년 가을 충남 홍성군으로 귀촌을 결정하고 그곳의 빈집을 구매했다. 워낙 낡은 집이어서 처음에는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을 생각했으나, 결국 기본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는 리모델링으로 선회하였다. 그 결과 내부는 새집 못지않은 아늑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되 집 본래의 운치는 고스란히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사업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에서 여름과 겨울 냉난방은 삶의 질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사례1’처럼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져 냉난방기 사용량은 매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커지게 마련이다. 즉,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 및 환경, 가족의 건강, 집의 가치 등 우리 삶과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와 촘촘하게 연결된다.
세종시 쌍류보건소 단열 개선 전 모습.
그린리모델링이 적용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은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2020년 사업 중 초기에 완료된 76개소를 대상으로 성과를 분석한 결과, 에너지 사용량이 최대 88%, 평균 33.6%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쌍류보건소 단열 개선 후 모습.
취약계층의 건축 복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대상은 크게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어린이집, 보건소, 공공 의료원 등 주로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건축물을 우선적으로 시행하여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으로서도 큰 의의가 있다.
태양광(BIPV). 국토안전관리원 제공
부담 줄여주는 민간건축물 이자지원사업
민간건축물 대상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주거와 비주거 부문으로 나뉜다. 2021년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2.0에는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 바, 현재는 공사비의 일부분에 대해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제공되고 있다. 고성능 창 및 문, 폐열회수형 환기장치, 내외부 단열보강 등 그린리모델링의 필수공사 중 한 가지 이상을 시행하는 건축주가 사업비를 대출받을 경우 총 60개월 동안 분할 상환이 가능하며, 최대 연 3% 이내의 이자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장 목돈을 들이지 않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서 냉·난방비 등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리모델링을 고려하고 있는 집주인에게 매우 유용한 정책이다. 참여를 원하는 건축주는 그린리모델링창조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콜센터로 전화하면 상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녹색건축은 시대적 과제, 전 국민적 참여 절실
지난 8월,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강남 일대를 비롯한 서울 도심이 물바다로 변했다. 사흘간 내린 집중호우로 수많은 피해를 보면서 기후변화 시대, 재해 예방이 우리 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기후 재앙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소배출, 즉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건축 분야의 해결책으로서 녹색건축은 이제 요청이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할 전 지구적 의무 사항이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총 40%는 준공 후 30년이 된 노후 건축물이며 노후 건축물의 절반이 주거용이다. 즉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국가의 녹색건축화 청사진은 이루기 힘들다. 삶의 질과 건축물의 가치는 올리고, 가계비용과 탄소 배출은 줄이는 그린리모델링은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중차대한 첫걸음이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