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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제 시위로 확대되나…석유·공장노동자 파업 돌입

입력 | 2022-10-24 15:53:00


‘여대생 히잡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6주째 접어들면서 점주들과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고 있다.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던 경제적 파업이 정치적으로 변모하면서, 정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노동조합이 석유시설과 학교, 공장에 대한 파업을 촉구하면서 반정부 시위에 탄력을 더하도록 돕는 동시에 또 다른 전선을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교원노조는 텔레그램에 이날부터 이틀간 학생 사망과 구금에 항의해 전국적인 파업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교원노조는 “우리는 군과 보안군이 학교와 교육 공간의 신성함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많은 학생들과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초 교사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지만 이들의 요구는 점차 정치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시위는 더 나은 임금 조건을 요구해왔던 노동자들의 불안을 재점화했다. 이란에 가해진 경제 제재의 전반적인 부실 경영으로 생활 수준이 악화되면서 교원·석유·버스 노조에서 종종 파업을 벌여왔다.

22일에는 이란 서부 타브리즈에 있는 초콜릿 공장 아이딘에 노동자들이 모여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고 WSJ이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자유노동자연맹은 “이라크 국경 근처 사탕수수 공장에서도 파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주에는 아바단에 있는 유조선 트럭 운전사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한 석유 관리자는 시설 내 비축량이 비정상 수준까지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내부 보고서를 인용하며 “파업으로 인해 불안이 고조되며 아스팔트와 연료유 공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인권 운동가 아테나 대미는 트위터에 “석유가 풍부한 남부의 석유 화학단지에서는 석유 노동자들이 점점 더 보안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매일 많은 석유 노동자들이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나면, 다시 더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는 식”이라고 올렸다.

점주들과 공장 노동자들은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같은 연이은 파업사태에 대해 WSJ는 “아직 이란 경제를 위협하진 않는 수준”이라며 “다만 일용직 근로자와 공무원들이 동참하면 정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 관계자는 “경제와 인프라가 파괴되기 시작한다는 점이 입증되면 이 운동은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노조 파업은 임금과 해고 등 처우를 둘러싼 요구에 오랫동안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란 전문가들은 이들이 최근 이란 정부에 도전하는 데 주목했다.

기업 컨설턴트인 무스타파 팍자드는 “이번 파업은 빈곤에 관한 문제는 물론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도 짚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고 반박했다. 당국의 인터넷 차단과 무력 진압에도 이란 곳곳은 물론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