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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진짜 형들인 줄…이제 무서울게 없다” 배신감 토로

입력 | 2022-10-24 20:48:00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2.10.24 뉴스1


“이제 진짜 무서운 게 없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옥 안에서 세상에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 대표의 최측근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유 전 직무대리가 향후 추가 폭로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 등을 ‘형들’ ‘형제들’이라고 부르며 여러 차례 배신감을 토로했다.

● 유동규 “진짜 형들인 줄로 생각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직무대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수감 중),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수감 중)와 정영학 회계사, 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등 5명에 대한 59차 공판을 진행했다.

오후 재판 휴정 중 법원 서관 후문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전 직무대리는 “제가 마음을 다친 게 있다”며 “저는 진짜 형들인 줄로 생각했다. 원래 의리 하면 또 장비 아니겠느냐”고 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과거 언론 등에서 ‘이재명의 장비’로 불렸다. 유 전 직무대리는 “그렇게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평화롭다”며 “예전에 조사할 때는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했다면 이제는 사실만 갖고 (얘기하겠다)”고 했다.

구속 후 재판을 받으면서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이 자신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도 ‘태도를 바꾼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배신감일 수도 있는데 ‘내가 좀 착각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여기는 참 비정하달까 그런 세상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또 “형제들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내용들이 순수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어려울 때 진면목을 본다고 하는데 생각했던 것들은 상당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김 전 처장 및 나와) 셋이서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다”며 이 대표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 및 최측근 그룹을 향해 “급할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까지 했다.

● 유동규 측, 작심한 듯 “최종 결재권자는 이재명” 언급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이날 법정에서도 기존 변론 태도를 바꿔 대장동 개발사업의 결재권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도 정 회계사 대상 증인신문에서 대장동 사업의 주요 사항과 관련해 “최종 결정권자는 성남시장”이라며 최종 결정 권한은 이 대표에게 있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그간 법정에서 이 대표 측에 책임을 미루기보다는 대장동 사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기류가 바뀌어 대장동 사업에서 이 대표의 역할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김 씨가 ‘유동규 가지고는 설득이 안 된다’며 정진상 실장을 언급했다고 증인이 증언하지 않았느냐”며 “(유 전 직무대리가)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전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회계사는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의 위에 있는 분들, 정 실장이나 김 부원장과 협의해왔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