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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새지도부 24명중 경제통 1명뿐… 선전선동-안보통 대거 포진

입력 | 2022-10-25 03:00:00

경제 전문가 리커창-왕양 퇴진…허리펑 주임 외 경제전문가 없어
경제정책 習 요구대로 반영 전망…‘시진핑 사상’ 강화에 주력할 듯
NYT “모두 충성심 경쟁만 할 것…시진핑 자신에게도 위험한 도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기 중국공산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선출을 알린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24일자 1면에 시 주석의 애형 사진이 실렸다. 시진핑 2기를 시작한 5년 전 시 주석 사진보다 약간 더 커졌다.


시진핑 3기의 권력 핵심부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4명에 이념과 안보를 강조하는 선전선동 및 안보 관련 책임자가 대거 포진한 반면 경제 분야 전문가는 시 주석의 측근 단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종신 집권 길을 연 시 주석이 앞으로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이데올로기 강화 및 서방과의 체제 경쟁에 주력할 것임을 보여준다.

○ 권력 핵심부에 이념-안보 강화 기조 뚜렷

중국공산당은 23일 중앙위원 205명 가운데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이 포함된 정치국 위원 24명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은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전체 당원 9700만 명(지난해 기준) 중에서 선출한 대표 2300여 명이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앙위원(205명)을 뽑고 여기서 정치국 위원(24명)을 선출한다. 정치국 위원 24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시진핑 3기가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념, 안보, 선전선동 등 책임자가 많이 포진한 것이 눈에 띈다. 상무위원 서열 4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시 주석 책사’로 불리며 ‘중국몽’ ‘시진핑 사상’의 기초를 만든 브레인이다. 중국공산당 선전선동 부서 중앙선전부 황쿤밍 부장도 정치국 위원에 포함됐다. 황 부장은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일 때 인연을 맺은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공산당의 주요 간부 이념학습기관인 중앙당교 부교장 출신 리수레이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이 주목된다. 정치국 위원에 처음 합류한 스타이펑 중국사회과학원장도 눈길을 끈다. 사회과학원은 국무부(행정부) 산하 최대 싱크탱크이자 정책자문기관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시 주석이 주석직을 맡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2명 모두 정치국 위원에 포함됐다. ‘시 주석 의형제’로 알려진 장유샤 부주석은 72세 고령임에도 유임됐다. 왕이 외교부장과 천원칭 국가안전부장도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 권력 핵심부에 경제 전문가는 習 측근 1명뿐
반면 정치국 위원 가운데 경제 전문가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유일하다. 친시장파인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상무위원회에서 축출된 가운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류허(劉鶴) 부총리와 이강 런민은행장도 정치국 위원에서 퇴진했다. 허리펑 외에 경제 전문가는 충원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자신의 심복인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를 총리 자리인 상무위원회 서열 2위에 올렸다. 명목상 총리가 주도했던 경제 정책도 시 주석이 장악했다는 뜻이다.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 주석 측근들로 채워진 인선 결과를 놓고 “광신적 충성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지도자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됐다. 누가 그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시 주석이 그토록 큰 권력을 갖게 된 것은 심각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수전 셔크 전 미 국무부 차관은 NYT에 “참모들은 시 주석 정책의 단점과 문제를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보여주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이언 존슨 선임연구원은 이날 “시 주석이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것은 오히려 그의 입지를 취약하게 만드는 잘못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 경제,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시 주석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경기 둔화와 대만 통일 같은 난관이 예상되는 핵심 이슈에 대한 책임 역시 시 주석이 모두 지게 되는 위험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부하를 쳐냈지만 시 주석은 스스로 숨을 곳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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