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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계 100대 반도체 기업 韓 3곳뿐… 모래 위의 ‘반도체 강국’

입력 | 2022-10-25 00:00:00


세계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 기업은 3곳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주력산업이지만 품목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고 전방산업인 소재 및 장비, 최종 제품을 만드는 패키징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 시가총액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3위), SK하이닉스(14위)와 그 모기업인 SK스퀘어(100위)였다. 미국(28곳), 대만(10곳), 일본(7곳)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은 42곳으로 ‘칩4 동맹’을 추진하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4개국을 합한 48곳에 바싹 다가섰다. 메모리 반도체만 선두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인텔, 퀄컴 등이 포진한 반도체 설계와 장비, 대만은 TSMC 등 파운드리와 패키징, 일본은 소재·장비에서 앞서 있다.

성장 속도는 중국이 선두다. 중국 1위 파운드리 SMIC의 순위는 28위에 불과하지만 중국 반도체기업 전체 매출은 연평균 27%씩 성장하고 있다. 다른 나라 기업보다 3.3배 빠르다. 지금은 한국산 반도체 40%가 중국에 팔리지만 향후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침체가 다가오면서 경기를 많이 타는 메모리 반도체 값이 먼저 급락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2018년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가 TSMC, 엔비디아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 값 하락은 한국의 수출액 감소로 이어져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산업 전체 구도로 보면 한국의 위상은 모래 위의 성처럼 불안정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8월 초 국회에 제출된 ‘K칩스법’은 “초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야당 반대에 막혀 진전될 기미가 없다. 경쟁국들은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을 끌어들이는 데 전력투구하는데 한국에선 착공만 3년 걸린 SK하이닉스 용인공장 공사가 지방자치단체의 몽니 때문에 또 멈춰 섰다. 한국이 10년 뒤에도 ‘반도체 강국’으로 불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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