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 기업은 3곳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주력산업이지만 품목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고 전방산업인 소재 및 장비, 최종 제품을 만드는 패키징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 시가총액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3위), SK하이닉스(14위)와 그 모기업인 SK스퀘어(100위)였다. 미국(28곳), 대만(10곳), 일본(7곳)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은 42곳으로 ‘칩4 동맹’을 추진하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4개국을 합한 48곳에 바싹 다가섰다. 메모리 반도체만 선두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인텔, 퀄컴 등이 포진한 반도체 설계와 장비, 대만은 TSMC 등 파운드리와 패키징, 일본은 소재·장비에서 앞서 있다.
성장 속도는 중국이 선두다. 중국 1위 파운드리 SMIC의 순위는 28위에 불과하지만 중국 반도체기업 전체 매출은 연평균 27%씩 성장하고 있다. 다른 나라 기업보다 3.3배 빠르다. 지금은 한국산 반도체 40%가 중국에 팔리지만 향후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계 반도체 산업 전체 구도로 보면 한국의 위상은 모래 위의 성처럼 불안정한 상태다. 그런데도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8월 초 국회에 제출된 ‘K칩스법’은 “초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야당 반대에 막혀 진전될 기미가 없다. 경쟁국들은 다른 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을 끌어들이는 데 전력투구하는데 한국에선 착공만 3년 걸린 SK하이닉스 용인공장 공사가 지방자치단체의 몽니 때문에 또 멈춰 섰다. 한국이 10년 뒤에도 ‘반도체 강국’으로 불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