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화가’ 이숙자 개인전 맘에 안든 보리밭 2점 전면 개작 화제작 ‘이브의…’ 반항의식 깔려
이숙자 화백의 ‘푸른 모자를 쓴 작가의 초상’(2019년). 작가는 이 작품을 암채(천연광석을 빻은 가루)로 작업했다. 선화랑 제공
“자기 복제처럼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보리밭을 그리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보리밭 화가’ 이숙자 화백(80)이 6년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19일 열린 선화랑 45주년 기념전 ‘이숙자’에서 만난 그는 수줍은 미소로 작품을 소개했다.
40점을 출품한 이번 전시에는 2022년 작품도 3점 포함됐다. 역시 모두 보리밭이다. ‘분홍밭 장다리꽃이 있는 보리밭’과 ‘청보리―초록빛 안개’는 각각 1981년, 2012년에 그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전면 개작했다. 이 화백은 “파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내 자식이 부족하다고 버릴 순 없지 않으냐”며 “과거의 저와 현재의 제가 합작했다고 여겨 달라”고 했다.
“발가벗은 여성의 몸도 사람 얼굴 보듯 낯익었으면 좋겠어요. 낮은 여성 인권에 대한 저항과 인습에 대한 반항이 의식 속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 화백은 최근 자화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매일 맨몸으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과 얼굴을 캔버스에 담는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처음 공개한 ‘푸른 모자를 쓴 작가의 초상’(2019년)은 날 너무 곱게 그린 것 같다”며 “‘볼 테면 보라지’라는 마음으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 19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