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리는 K콘텐츠 촬영지 ‘성지순례’ MZ세대 늘며 인기작품 촬영지 매출효과 ‘톡톡’ ‘우영우’ 수원 신풍동 17% 오르고 ‘수리남’ 제주 카페 주변 41% 급증 ‘기생충’ 등 해외무대 휩쓴 작품은 외국인 관광객 끌어모으는 효과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모 씨(26)는 지난달 친구들과 ‘우영우 투어’를 떠났다. 올여름 ‘본방 사수’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촬영지들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김 씨는 극중 ‘우영우 김밥’으로 나온 경기 수원시 신풍동 식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근처 커피숍, 옷가게 등을 찾아 종일 시간을 보냈다. 김 씨는 “드라마 때문에 처음 가본 신풍동에서 10만 원 넘게 쓰고 왔다”고 했다.
최근 인기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를 ‘성지순례’ 하는 MZ세대 등 관광객이 늘면서 K콘텐츠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작품의 촬영지에선 외국인의 카드 결제가 최고 142% 급증하는 등 K콘텐츠의 영향력이 톡톡히 드러났다.
○ K콘텐츠 ‘성지순례’가 매출로 이어져
24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드라마 우영우의 대표 촬영지인 신풍동 일대의 카드 결제액은 방영 이전에 비해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극중 남녀 주인공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 인천 강화군 낙조마을 일대의 카드 결제액도 5% 늘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촬영지도 매출이 늘었다. 극중 ‘마약왕’ 전요환 목사(황정민)의 별장으로 소개된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카페 주변은 수리남 방영 후 카드 결제가 41% 급증했다.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를 찾아다니며 인증 샷을 남기고 극중 체험을 하는 성지순례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리남을 보고 최근 서귀포를 찾은 조모 씨(33)는 “주인공이 있던 공간에 직접 가보고 싶어 바로 주말 비행기를 끊었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 씨(30)도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부산 해운대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남녀 주인공이 먹었던 초밥을 직접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해당 식당 사장은 “영화에서처럼 일회용 도시락에 초밥을 담아 달라는 손님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 글로벌 흥행에 외국인 소비도 급증
기생충, 오징어게임 촬영지는 국제무대에서 여러 상을 휩쓴 뒤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모으며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2020년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뒤 영화 초반에 등장한 슈퍼마켓이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의 카드 매출은 66% 늘었다. 특히 외국인 결제액이 101% 급증했다.국민카드 데이터전략그룹은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촬영지는 방영 이후뿐만 아니라 귄위 있는 국제 상을 받은 뒤 카드 결제가 더 늘었다”며 “주요 촬영지가 서울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한국 고유의 문화가 드러나는 공간이 많아 외국인들의 소비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