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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분야 표적항암제 등 신약개발 활발… 뇌전이 환자도 호전 가능”

입력 | 2022-10-26 03:00:00

11월은 ‘폐암 인식 증진의 달’
흡연율 감소에도 폐암 환자 증가
특히 비흡연 여성에서 많이 발생, 저선량 CT로 조기 진단 증가 추세
3, 4기는 수술 후 약물치료 우선… 말기에도 극복할 수 있는 길 열려



폐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내 폐암 전문가들이 모인 대한폐암학회에서는 매년 11월을 ‘폐암 인식 증진의 달’로 지정했다. 동아일보DB


암 발생률, 사망률 1위. 바로 폐암의 수식어다. 폐암은 암 중에서도 단연 높은 사망률로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폐암에 따라붙는 단어가 바로 담배다. 그래서 폐암은 ‘골초’의 암이라는 오해도 있다. 또 폐암 사망률이 높은 탓에 ‘폐암은 곧 죽음’이라는 인식도 많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폐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내 폐암 전문가들이 모인 대한폐암학회에서는 매년 11월을 ‘폐암 인식 증진의 달’로 지정했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교수(사진)에게 폐암의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에 대해 물었다.


―폐암의 원인은 가족력인가.

“높은 빈도는 아니지만 가족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어 폐암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부모가 폐암인 경우 자녀에게 폐암이 발생한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가족력이 폐암을 일으키는 단일 원인은 아니며, 가족력이 없더라도 다양한 원인과 아직 밝히지 못한 폐암의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사람들도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을 수 있다.”

―폐암은 주로 남성 흡연자에게서만 나타나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여전히 폐암 환자 중 남성이 많고 흡연이 주요 위험인자이며 잘 알려진 발생 요인이다. 다만 최근에는 흡연 경험이 아예 없는 폐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흡연율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 환자수가 증가하는 것은 흡연 외에 다른 요소가 폐암 발생과 연관되어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아직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실내 라돈 노출, 환경오염, 간접흡연 등이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유전자 돌연변이 관련성 폐암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흡연자 외에도 대기오염이나 유해물질(석면, 크롬 등)에 노출되는 직업 환경을 가진 사람들도 폐암 발병 위험이 높다. 기존에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던 사람도 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비흡연자 폐암의 암세포 내부에서 많이 발견돼 폐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나 형태에 따라서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다. 그중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약 80∼85%를 차지하는데, 비소세포폐암에는 대표적으로 EGFR, ALK 등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 중 EGFR 돌연변이는 특히 아시아의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우리나라의 여성 폐암 환자의 다수가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해당한다.”

―폐암의 전이는 폐 주변에서만 나타나는가.

“그렇지 않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간이나 뼈, 뇌까지 원격 전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술 후 재발률도 암의 진단 병기에 따라서 20∼50%에 달한다. 폐암은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1기, 2기, 3A기, 3B기, 4기로 병기를 구분한다. 폐암은 처음 진단 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고 재발과 전이가 빈번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본인의 가족 중 폐암을 앓았던 분이 있거나 본인이 흡연을 오랜 기간 해왔거나 다른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환경에 노출됐다고 생각하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빠르게 폐암을 발견하고 조기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최근에 저선량 흉부 CT를 시행하는 것이 흉부 엑스레이(X-ray)를 시행하는 것에 비해 폐암의 조기발견과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근거로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도 만 54세 이상부터 만 74세 이하 흡연력이 있는 경우 저선량 흉부 CT를 시행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폐암 말기나 전이가 발생하면 치료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예전보다 건강검진에 저선량 흉부 CT가 도입이 되면서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진 폐암 환자의 60∼70%가 진행성 상태에서 진단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 1기, 2기에서는 수술치료가 주가 되고 3기에서는 수술, 항암방사선치료, 선행항암요법 후 수술 등 다양한 다학제 치료를 한다. 진행된 3기 혹은 4기에서는 약물치료가 우선이 된다. 최근에는 항암 치료제가 과거 독성이 강했던 세포독성항암제를 넘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까지 개발됐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표적)가 있는 폐암은 유전자 표적에 따른 표적치료제를 먼저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EGFR(상피세포 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제나 면역항암제가 아닌 표적치료제, EGFR 억제제를 1차 약제로 사용해야 한다. EGFR 돌연변이 폐암에서 1세대 혹은 2세대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고 내성이 생겨서 T790M이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오시머티닙(타그리소) 혹은 레이저티닙(렉라자) 등의 3세대 EGFR 억제제를 사용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표적치료제의 치료 전략이다. 이처럼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만 하더라도 3세대 표적치료제까지 허가가 되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4세대 치료제가 임상시험으로 개발 중이다. 또한 3세대 EGFR 억제제로 국산 신약인 레이저티닙도 개발됐다. 레이저티닙을 포함한 3세대 표적항암제는 특히 1, 2세대 치료제 대비 뇌혈관 장벽(BBB) 투과율이 높아 뇌전이 된 환자에게서도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좋은 치료 결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티닙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에서 전체 생존기간을 3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데이터를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병기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진단받더라도 치료 의지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진행하면 충분히 연장된 기대 여명을 기대해볼 수 있다.”

“폐암은 여전히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이지만 그만큼 치료 면에서 많은 발전이 이뤄진 분야 중 하나다. 유전체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종류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적해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고무적인 상황이다. 또한 본인의 건강 이상에 문제가 없는지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폐암에 주범인 흡연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금연을 실천하고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면 조기에 병을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폐암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폐암의 치료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표적 치료제 사용 후 내성이 발생한 경우와 뇌전이가 생긴 4기 환자에게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국산 신약을 포함한 차세대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 이렇듯 폐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인 만큼 환자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의료진을 신뢰하며 치료 의지를 다지시길 바란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