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자금시장 여파로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PF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건설·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BNK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주공 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레고랜드발 단기자금 경색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급격히 냉각시켜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ABCP 지급보증 파행 사태의 여파가 자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PF 유동화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재건축 조합 등 시행사들의 부동산PF에는 시공 건설사들이 보증을 선다.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고 내년 초 일반분양을 할 때까지 건설사의 자체자금으로 사업비를 직접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지급보증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상환해야 할 금액은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 등이다.
한 시공 건설사 관계자는 “우선은 증권사를 통해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시도해보고 28일까지 안되면 회사 내 곳간에서 빼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금성 자산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상환하면 되는 것이고, 사업 추진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둔촌주공의 경우 사업성이 높은 미분양의 걱정이 없는 만큼 사업 추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른 시공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하면 다 받는 돈이기 때문에 내년 초 일반분양 할 때까지만 자체 자금으로 버티면 된다”며 “분양이 안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둔촌주공의 경우 워낙 핵심 입지인데다 수요가 많은 만큼 미분양의 걱정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건설 경우 곳간에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7000억원이며, 그중 약 3조1000억원이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둔촌주공 차환 실패 사례가 경색된 자금시장 여파의 예고편일 뿐 앞으로 PF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자금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우량 사업으로 분류되던 둔촌주공마저 돈줄이 막힌 마당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자금난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침체기에 미분양이 늘어날 경우 대금지급 불능사태가 발생하며 중소건설사 부도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최근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만7710가구에서 올해 8월 3만2722가구로 85%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도 같은 기간 1509가구에서 5012가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무엇보다 악성 재고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 추세에 있다. 1순위 청약경쟁률의 경우에도 전국기준 작년 3분기 30.9대1에서 올해 3분기 3.5대 31로 하락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자금 조달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면서 건설사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분양사업 실패 시 PF 보증을 선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