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근육 바로잡는 수기치료, 전문의 처방이 필요한 비수술 요법 일부에서 마사지처럼 활용하거나 지나치게 자주 받아 문제 되기도
클립아트코리아
《#1 퇴근 후 2, 3시간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각종 콘텐츠를 즐겨 보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 그는 최근 현대인의 직업병으로 알려진 ‘VDT(Visual Display Terminal)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도수치료를 받기로 했다.
#2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 그는 가끔씩 느껴지던 허리통증이 자주 생기기 시작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 도수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보고 도수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추천받았다.
#3 건강하고 예쁜 몸매를 위해 필라테스 강습을 받으려던 20대 여성 최모 씨. 그는 친구에게서 필라테스와 도수치료를 병행하면 체형 교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도수치료 20회를 결제한 뒤 이를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허리디스크, 거북목증후군, VDT증후군, 척추측만증 등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 완화 및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도수(맨손)치료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악화 주범으로 꼽히며 논란이 되고 있다.
2006년부터 보건복지부가 도수치료를 비급여로 인정해 100% 본인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실손의료보험이 있으면 실제 치료비의 10∼30%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도수치료에 대한 세부적인 인정기준이나 치료의 내용, 범위를 정하지 않아 일부에선 성형이나 미용시술을 한 경우에도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 진료 확인서를 발급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지나치게 여러 차례 도수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근골격계 통증, 정확한 진단이 더 중요
도수치료란 틀어진 척추와 관절, 근육을 손으로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하고 운동장애를 교정하는 수기치료의 일종이다. 도수치료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이로프랙틱외에도 이완요법, 관절가동술 등의 기술이 쓰인다.
유가연 서울 용산 화인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은 “도수치료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아래 시행해야 하는 치료법”이라며 “근골격계 질환에 따른 통증의 경우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통증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수치료는 손이나 소도구를 이용해 줄어든 관절의 운동 범위를 확대하고, 경직된 근육이나 인대 등을 완화해주는 비수술적 치료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도수치료가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인지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며, 얼마 동안 시술받는 것이 좋은지는 치료 과정에서 전문의 경과 확인을 통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치료를 받은 후에도 치료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 스스로 적합한 운동을 하는 등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상 개선 없이 횟수 넘으면 소견서 내야
도수치료는 손으로 균형을 잃은 척추와 근육 등을 풀어줘 통증을 완화하는 시술이다. 전문의의 진단 아래 전문 치료사에 의해 행해진다는 점에서 마사지와 차이가 있다.
한 보험사의 경우 도수치료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2018년 480억 원, 2019년 642억 원, 2020년 717억 원, 2021년 786억 원으로 매해 급증하고 있다. 특히 15회 이상 도수치료를 받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전체의 8.2%, 30회 이상 도수치료를 받은 가입자는 1.8%였으며, 이들의 실손보험금 청구 금액은 1인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감독원도 2020년 도수치료 보험금 지급 비율이 전체 비급여 보험금 중 12.8%로 가장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와 보험사에서는 증상 개선 없이 일정 횟수를 초과하는 도수치료에 대해선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산부인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이뤄지는 도수치료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근거를 요청하도록 했다. 연간 받을 수 있는 최대 도수치료 횟수도 제한되는데, 이를 통해 비급여 항목으로 무분별하게 청구되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도수치료가 근골격계 질환에 있어 모든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도수치료를 꼭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치료사가 환자의 의학적 정보를 알고 있는 의사의 관리하에 치료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