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 서울 답사기 후속편 출간
“제가 살아온 서울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누구인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나의 이야기가 한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증언이 될 수 있으니까요.”
1993년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시리즈를 펴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73)가 고향인 서울 답사기 후속편으로 시리즈를 이어간다. 2017년 서울 편 1·2권을 내놓은 데 이어 사대문 안동네와 한양도성 밖의 역사를 엮은 3·4권을 25일 출간했다.
유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을 움직인 힘은 바로 서울을 살아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앞선 두 권에서 조선 궁궐과 왕실의 역사를 풀어냈다면, 이번 책의 주인공은 서울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그는 고고학자들이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듯, 오늘날 서울에 남겨진 흔적을 되짚는 ‘고현학(考現學)’의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갔다.
‘서울토박이’인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담았다. 유 교수는 6·25전쟁 직후 천막으로 지은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들은 일화를 전하며 “추억으로 남은 이야기가 후대 사람들에게는 당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문화사”라고 말했다.
책에는 인사동에서 리어카를 끌며 이삿짐을 날랐던 ‘황 씨 아저씨’나 6·25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성북동 달동네에 터를 잡은 피란민들도 등장한다. 그는 “이런 필부필부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궈나간 곳이 서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편을 끝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끝맺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어느덧 길었던 대장정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