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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까지 간 한미 원전 수출경쟁…폴란드 “美기업 낙점” 예고

입력 | 2022-10-25 15:59:00

동아DB


폴란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발주할 총 6기의 원전 가운데 첫 번째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와 논의하고 있는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미국 연방법원에 한수원이 지적재산권과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를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원전 사업은 폴란드 정부가 공고했다. 두 번째 원전 사업은 폴란드 민간 기업이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로 반도체, 전기차 등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원전수출도 미국의 수출통제에 가로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폴란드 부총리 미국 이어 조만간 방한


미국을 방문 중인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23일(현지 시간)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안보 구조에서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도 “미국이 명확히 해주길 바라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정부 결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6~9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는 신규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첫 번째 원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원전 사업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해 경쟁하고 있다. 한수원은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고, 웨스팅하우스가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첫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 선정을 예고한 것.

다만 사신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찾아 원전 사업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첫 신규 원전 사업과 별개로 민간 기업 주도의 두 번째 신규 원전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폴란드 언론들은 이 사업을 주도할 민간 에너지 기업 제팍(ZEPAK)이 한수원과 사업의향서(LOI)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폴란드가 한국과의 방산 협력 일환으로 두 번째 원전 건설 사업자로 한수원을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이 폴란드의 원전 사업을 나눠 맡게 된다.


● 원전 소송, 한미 협력 새로운 뇌관 우려


이런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두 번째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수원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1일 한수원이 폴란드 수출을 협의하고 있는 한국형 원전(APR-1400)은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80플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없이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소송에서 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미국의 원전 기술 수출통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원자력법은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해 미국 기술의 이전은 에너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원전 협력에 합의하면서 해외 공동 수출 방안 등을 협의해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핵심 협력 분야로 꼽혔던 원전 협력에 먹구름이 끼면서 일각에선 전기차 문제에 이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것. 소송이 장기화되면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체코 원전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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