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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뛰자 이자이익 29조… 4대 금융그룹, 최대 실적

입력 | 2022-10-26 03:00:00

금리 인상-기업대출 급증 힘입어 3분기까지 순익 13% 늘어 14조
증권 사옥 판 신한, 리딩뱅크 복귀… 주가 하락에 증권-보험 등은 고전
“자금 경색 등 금융리스크 대비를”




4대 금융그룹이 올해 1∼9월 14조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이어갔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기업대출 급증세에 힘입어 은행을 중심으로 29조 원이 넘는 막대한 이자를 벌어들인 덕분이다. 다만 증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은 부진했다.

최근 각 금융그룹이 대출 금리 인하, 대출액 감면 등의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금융사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고금리·기업대출 성장에 이자이익 29조 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4조3154억 원), KB(4조279억 원), 하나(2조8494억 원), 우리(2조6617억 원) 등 4대 금융지주의 1∼9월 순이익은 총 13조85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월(12조2372억 원)에 비해 13.2% 증가한 규모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 3분기(7∼9월)까지 누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4조 클럽’(순이익 4조 원대)에 입성한 신한과 KB금융은 9개월 만에 4조 클럽을 달성했고, 신한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연간 실적도 뛰어넘었다.

이 같은 실적 잔치는 올 들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크다. 4대 금융지주가 1∼9월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9조21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 급증했다.

또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 침체로 가계대출은 올 들어 2.3% 줄었지만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대출 성장세도 지속됐다. 9월 말 현재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11조3000억 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9.7% 늘었다. 고환율과 회사채 시장 경색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기댄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은 모두 1∼9월 2조 원이 넘는 순익을 올렸다.
○ 증권사 부진은 여전… “자금 경색 등 리스크 대비해야”
반면 증시 하락 여파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은 일제히 줄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의 1∼9월 순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4.1%, 30.4% 급감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익은 55.2% 늘었지만 7월 서울 여의도 사옥을 매각한 영향을 제외하면 46.9% 줄었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 이익이 줄어든 신한라이프(―8.0%), 하나생명(―35.8%) 등 보험사들도 순이익이 급감했다.

4대 금융지주의 실적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한금융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신한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KB국민은행보다 더 많은 순익을 올린 데다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으로 4438억 원가량의 영업 외 이익을 얻은 덕분이다. 상반기(1∼6월) 우리금융에 뒤처졌던 하나금융도 3위 자리를 탈환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유력한 만큼 금융지주 실적도 한동안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채권시장 혼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지주들이 고금리 수혜를 봐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최근 자금 경색 영향으로 곳곳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