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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내수위축… 식품업계, K푸드 인기 업고 해외진출 러시

입력 | 2022-10-26 03:00:00

대상 “폴란드에 김치공장 짓겠다”… 브랜드 ‘종가’로 통합해 본격 공략
CJ, 유럽현지 특화 ‘김스낵’ 출시… 신세계는 미국에 대체육 자회사
세계적 고금리-고환율은 변수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상은 기존에 ‘종가집’과 ‘종가’로 나뉘던 국내외 김치 브랜드를 ‘종가(JONGGA)’로 통합했고, CJ제일제당은 유럽에서 현지화된 김스낵(아래쪽 사진)을 출시했다. 각 사 제공


최근 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내수 시장이 위축되자 식품업계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식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유럽에서조차 K푸드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식품업계는 해외에 공장과 현지법인 설립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5일 대상은 폴란드에 김치 생산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세운 대규모 김치공장에 이어 비아시아권으로는 두 번째 공장이다. 앞서 대상은 공장 설립의 일환으로 8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점을 내기도 했다. CJ제일제당도 5월 유럽시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영국 법인을 설립했다. 2018년에 독일의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해외 투자에 뛰어든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한 내수 시장 위축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성장률은 올해 ―0.23% 수준으로, 2040년(―0.35%)과 2070년(―1.24%)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5200만 명 수준인 한국의 인구는 2070년까지 38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해외 공략을 통한 시장 확대는 미래를 위한 당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외면받던 식재료를 주력 상품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대상은 기존 ‘종가집’과 ‘종가’로 나뉘던 국내외 김치 브랜드를 ‘종가(JONGGA)’로 통합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유럽에서 현지화한 김스낵을 출시하며 글로벌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만두와 가공밥 등을 앞세워 유럽 식품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 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CJ제일제당 브랜드 ‘비비고’의 만두 제품은 2020년부터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넘기고 있다.

농심은 4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의 미국 제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현지 수요가 높은 신라면,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을 생산한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생산 물량도 미국에 공급할 만큼 기존 공장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였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체들의 대체육 수출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올해 약 200만 명으로 총인구의 4%에 못 미친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7월 미국에 300만 달러(약 43억560만 원) 규모를 들인 자회사 베러푸즈를 설립해 대체육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베러푸즈를 통해 미국의 선진 연구개발 기술을 받아들여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달러 강세 현상은 식품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25일 장중 1444.2원으로 연고점을 돌파했다. 기업들의 투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신세계푸드는 미국 법인 설립 비용을 기존 안(600만 달러)보다 축소한 300만 달러로 책정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과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도 늘고 리스크가 커지는 등 대외 투자가 어려워진다”며 “최근 해외투자를 결정한 많은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