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5%P 늘어 불균형 심화 지방 의사 부족해 의료공백 우려 “의료수가 인상-인건비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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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출혈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외과 김모 교수는 매달 열흘씩 병원에서 밤샘 당직을 선다. 집에서 자는 날도 늘 비상대기 상태다.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언제든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그가 이처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건 ‘인력 부족’ 때문이다. 이 병원은 한 해 뇌출혈, 뇌경색 관련 수술을 200건가량 진행한다. 하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김 교수와 동료 A 교수 등 단 2명뿐이다. A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 정년(만 65세)을 맞이하지만, 일손이 모자란 탓에 정년퇴직도 미룬 상태다.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필수의료 부족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비수도권의 상황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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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25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1~8월) 전국에서 수행된 뇌동맥류 결찰술의 63%(3348건 중 2107건)가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2017년 58%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출혈이 발생한 뇌동맥을 작은 클립으로 조이는 개두술(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로, 숨진 아산병원 간호사가 받아야 했던 수술이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불균형이 더욱 심각했다. 1~8월 서울 소재 병원에서 뇌동맥류 결찰술 1341건을 하는 동안 대전에선 25건에 그쳤다. 충북 충남 전남 제주 세종 등도 8개월 동안 수술 건수가 50건 미만이었다. 영남권 한 대학병원의 장모 교수(신경외과)는 “고령자 비율이 높은 비수도권일수록 뇌출혈 환자 발생 비율도 높아지는데, 뇌혈관 의사는 수도권에 몰려 불균형이 심하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인력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에게 뇌출혈 수술을 배우던 전문의가 1명 있었지만 올해 초 서울로 이직했다. 김 교수는 “모든 뇌출혈 수술을 혼자 할 수 있게 되려면 전공의 기간 포함 10~15년을 배워야 한다”며 “우리가 은퇴하고 나면 지방에선 후배를 가르칠 의사조차 없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인력난 수준을 넘어 지방에선 필수의료의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중심으로 전문 인력 수를 늘려야 한다”며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인건비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소설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