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5년 내연기관 퇴출 선언… 사실상 마지막 배출가스 기준 이산화탄소 절반 감축 전망했으나 초안엔 예상보다 규제 강도 낮아져 업계 “내연기관차 파멸” 반발에 EU, 발표일 3번 연기끝 입장 선회
유럽연합(EU)이 새로 도입할 배출가스 규제 ‘유로 7’이 내연기관(가솔린, 디젤)차에 대해 기존 예상보다는 완화된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는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유로 6의 개정안인 ‘유로 6d’와 비슷한 수준의 배출량 상한선(표준)으로 유로 7의 초안을 마련했다. 영국 가디언은 “초안에 따르면 디젤차의 배출량 상한은 가솔린차와 같고, 또한 가솔린차 배출량 기준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유로 7은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EU가 사실상 마지막으로 내놓는 배출가스 기준이다. 유럽 배출가스 규제는 한국에서 배출가스 등급제의 산정 기준으로도 활용되는 등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는다. 국내 디젤차 운행에 요소수가 필수품이 된 것도 2015년 기존보다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한 유로 6가 한국에 도입되면서부터다. 다음 달 9일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유로 7은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혀 왔다.
자동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해로 예정됐던 유로 7 발표일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미뤄져 왔다. 2020년 독일 폭스바겐의 한 수석엔지니어는 외신 인터뷰에서 “유로 7 배출가스 규정에 맞출 수 있는 독일 완성차 업체는 없다. 내연기관차의 파멸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5월에는 루카 데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가 “유로 7이 도입되면 프랑스 내 일자리가 최대 7만 개 사라질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등 업계와 지속적인 논의 과정을 거친 EU 집행부는 최근 규제 강화 수준을 다소 낮추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가스 규제 수준을 무작정 높이다 보면 대기환경 개선 효과 대비 비용 부담이 너무 클 것으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이란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완성차 업체로선 전동화 전환을 위한 시간과 돈을 벌게 됐다.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SCR)에 쏟아부었어야 할 자금을 전동화 개발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SCR 추가 등에 따른 자동차 가격 인상도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EU 집행부가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